가족 "설치된 CCTV 미작동…업체 사건 축소해" 주장
업체 "운전사가 확인없이 출차" 경찰 목격자 찾는 중

80대 노인이 시내버스에서 내리다 길바닥에 넘어져 중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지만 깨어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누구 잘못인지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피해자 가족은 "버스업체가 사과는 고사하고 사건을 은폐하려고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는 지난 10일 오후 4시 20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정류장에서 발생했다. 이날 ㄱ(여·80) 씨는 버스에서 내리다 넘어져 병원에서 다친 머리 부위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불명 상태다.

버스에 CCTV가 있었지만 사고 당시 작동하지 않았다. 앞에 있던 시내버스 CCTV에는 버스가 정차한 뒤 첫 번째 승객이 내린 후 얼마 안 돼 ㄱ 씨가 길바닥에 쓰러지는 영상이 담겨 있다. 버스 운전사는 "사고가 난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을 했다. 하지만 무엇에 걸려 넘어졌는지, 개문발차로 떨어졌는지 잘 모르겠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ㄱ 씨의 아들은 위독한 어머니 상황뿐만 아니라 시내버스 업체 태도에도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운전사는 과실이 드러나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체는 버스공제조합을 통해 협상을 시도하는 등 사건을 축소하려고만 한다"며 "사고 난 그날 그 버스만 CCTV가 녹화되지 않았다고 한다. 삭제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내버스 업체 관계자는 "교대하는 기사를 대상으로 CCTV가 녹화되는지 확인한 후 출차하라고 교육한다. 하지만 이 버스 운전사의 경우 CCTV가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출차했다"고 밝혔다.

업체 관계자는 "CCTV 작동 여부를 확인하라는 사칙을 지키지 않았기에 질책할 수 있어도 법적으로 잘못을 묻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발생 후 전국버스공제조합 경남지부에 접수했다. 피해자 측을 상대로 따로 조치를 취한 건 없다"고 말했다.

버스 운전사는 "할머니가 내리는 것을 본 후 문을 닫고 출발했다. 출발하기 전에 길을 걷는지 한 번 더 확인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몇 m 가다가 승객들이 소리를 질러 차를 세워 백미러를 보니 쓰러져 있었다"며 "할머니가 내리는 것은 봤지만 완전히 내렸는지는 보지 못했다. 출발하기 전에 백미러만 한 번 더 봤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그 부분은 실수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버스 안에 6~7명의 승객이 있었다. 이들에게 물어봤지만 사고가 어떻게 났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며 "CCTV 영상으로 사고 당시 상황을 확인하려 했지만 녹화가 안 돼 있었다. 회사에서 CCTV가 작동하는지 확인하라고 주의를 주는데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마산중부경찰서 사고 조사담당자는 "운전사 과실이 있는지, 피해자가 얼마나 다쳤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119 신고자 또한 사고를 목격한 사람은 아니다. 쓰러진 걸 보고 신고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목격자를 찾고 있다. 할머니가 쓰러지는 상황을 본 사람이 있다면 연락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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