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건수 평소보다 47% 늘어 "시댁·처가 집안 문제도 겹쳐"

"매년 명절이 지나고 나면 상담센터 문을 열기도 전에 가정폭력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습니다."

서정희 창원가정상담센터장은 명절 연휴 동안 특히 가정폭력이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서 센터장은 가정폭력은 직접적인 폭행 외에도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욕설을 하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만드는 유형이 많다고 했다.

명절 연휴 시댁이나 친정을 다녀온 부부 사이에서 사소한 일이 '명절증후군'이라 불리는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와 겹쳐 큰 싸움으로 번진다. 명절 연휴 경찰에 신고되는 가정폭력 건수만 전국적으로 하루 평균 1000건에 육박한다. 이는 평소보다 47%나 많은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도읍(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2017년 명절(설·추석) 연휴를 제외한 전국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73만 7706건으로 하루 평균 약 694건이다. 명절 연휴 기간만 보면 3만 3549건으로 하루 평균 약 1016건 발생했다. 경남에서는 명절 연휴 1722건(하루 평균 52건)이 발생했다.

명절 가정폭력 원인 중 하나는 '가사노동 분담'이다. 이와 관련해 명절은 특히 '여성'에게 상당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준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지난해 9월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수도권 만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88%가 '추석은 여성에게 힘든 명절'이라고 했으며, 69.3%는 '주부에게는 힘든 노동이 요구되는 날'이라고 했다. '추석이 남성에게 힘든 명절'이라는 인식은 33.9%였다.

전문가는 평소 가사노동에 대해 남성이 '도와준다'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정희 창원여성의 전화 성폭력상담소장은 "매년 명절 연휴가 끝나면 최소 하루 1~2건씩 가정폭력 상담을 하고 있다. 여전히 남아 있는 가부장적 문화가 원인"이라며 "특히 제사 문화를 보면 남성은 앉아 있고, 여성이 일을 다하는 것이 남아 있다. 남편도 집안 어른 눈치 때문에 불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히려 남편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서로 불편한 상황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평소 부모·형제·자매 등 가족 간 갈등에 대해 속앓이만 할 뿐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경상도 사람' 특유의 성향이, 가정으로 돌아와 화풀이하듯 터져 나오고 부부 싸움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서 센터장은 "명절은 가족이 오랜만에 만나 서로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기도 하지만 제사 비용, 명절 경비, 부모 부양 문제 등 쉽게 해결되지 않는 수많은 갈등이 쌓여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런 것이 가정에서 부부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평소 남편과 아내가 서로 각자 처지와 생각을 터놓고 얘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상대방 이야기를 들어주려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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