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존 그린
심리적 압박 찾아오면 마음에 여유 선물할 때
강박증 있는 한 청소년
감정 표현 생생히 묘사
생각 습관 돌아볼 기회

이 책은 강박증이 있는 고등학생 소녀의 사랑 이야기이다. 그 소녀는 항상 세균감염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음식을 잘 못 먹기도 하고 사람들과의 스킨십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작가가 그런 증상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심리상태를 주인공에게 투사한 것 같다.

그 심리 묘사가 생생해서 책을 읽다 보면 가끔 그 소녀의 감정이 나에게 전이될까 봐 두렵기까지 했다. 하지만 작가는 유쾌하고 천진난만한 사랑 이야기를 섞어서 독자들이 책을 계속해서 읽게 만들었다.

원래 이 책은 내가 참여하는 독서모임에서 선정된 책이었다. 책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강박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손톱을 물어뜯거나, TV 볼륨을 짝수로만 맞추고, 주변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한 것 등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강박 행동을 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얼마나 아플까? 혹은 건물이 무너지면 어쩌지?'와 같은 답도 없는 특정한 생각에 오래 매달려 있기도 한다. 책에서는 이런 생각을 침투적 생각이라고 한다.

나도 이런 증상이 있었다. '망망대해에 사람이 뗏목 하나에 의지해 혼자 있으면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공황이 온 적이 있다. 이런 허무맹랑한 생각은 오래 하면 진짜 마음이 괴롭다. 그런 생각으로 인해 현재의 소중한 행복을 버리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서 내가 얼마나 손해를 보고 사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대학생 때 심리학 교수님께서 불안이 찾아올 때는 'Stop-Refocus-Breath' 만 기억하라고 하셨다.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을 멈추고 초점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면 되는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생각을 선택할 수 없다고 믿지만, 사실은 우리의 의지로 생각을 선택할 수 있다. 윌리엄 제임스(심리학자)도 우리의 생각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손발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듯이,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만 생각할 수 있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새롭게 배우거나 도전해볼 만한 분야도 많다. 이렇게 좋은 것들이 많은데 왜 부정적인 것에 사로잡혀서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그것은 부정적인 생각에 내가 일일이 대응하고 방어해야 한다는 잘못된 관념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생각은 그냥 무시하면 된다.

법륜 스님이 그랬다. 누가 나에게 욕을 했을 때에도 웃고 넘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만약 누군가 나에게 선물을 주었는데 내가 안 받으면 그 선물은 누구 것인가? 바로 준 사람의 것이다.

나도 작년에 조개구이집 직원 때문에 기분이 상했던 적이 있었다. 그는 우리가 사진 좀 찍어달라고 했다고 우리를 노려보았다. 집에 갈 때까지 불친절했다. 그때 내가 그 직원에게 한마디하고 싸웠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더 큰 싸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니 내가 그때 그냥 지나쳤던 것이 더 옳았던 것 같다.

그런 사람과 이것저것 따지며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그렇다고 내가 그 사람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진정한 사과를 받을 수 있었을까? 나는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 따지고 드는 것은 부정적인 생각을 잡고 늘어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부당한 것에 대해서 어떤 해결을 지어야 한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그런 것조차도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인간은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모른다.

나는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라는 제목도 우리가 찾는 완벽한 이상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그냥 세상의 좋은 것에만 집중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부정적인 생각이 싸움을 걸어도 거기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닥터 싱이 즐겨 말했듯이 생각은 그저 생각일 뿐이다. 내 삶은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이고, 난 자유롭고 힘이 있으며, 내 의식의 주인임을 깨닫게 되었다.' - 책 내용 중

작가는 희망적으로 이 소설을 끝낸다. 주인공은 강박증을 여전히 가지고 있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평범한 삶을 이어나간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그런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잘 극복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시민기자 황원식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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