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걱정보다 경청이 우선
학생인권 세계적 흐름 맞춰야

학창 시절 재밌는 추억이 없지는 않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쌤'들한테 참 많이 맞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2학년 땐 한글을 제대로 못 읽는다고 패고, 중학교 1학년 땐 '반 성적'을 깎아 먹는다고 패고, 지각했다고 팼다.

그땐 그렇게 '패는 교사'가 많았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니 학교 주변이 온통 대나무밭이었는데, '사랑의 매'가 죽봉이었다. 마산에 있는 한 여고를 나온 우리 둘째 누나는 당시 1학년 때 반장이 인근 남고 반장과 단체 미팅을 주선하다가 '담임쌤'한테 발각돼 '빨간 쓰레빠'로 뺨을 맞는 장면이 기억난다고 했다. 전날 밤 부부싸움을 했는지 다음 날 화풀이를 애꿎은 학생들한테 하는 교사도 종종 있었다. 그렇게 '쌤'들한테 맞은 이 땅의 애들이 사열종대로 앉아 번호로 연병장 두 바퀴가 훨씬 넘었다. 동무들과 '감나무집'에서 몰래(?) 막걸리 마시는 게 훨씬 재미있었는데, '공포의 야간자율학습' 탓에 반강제로 밤늦게까지 교실에 붙들려 있어야 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불과 20여 년 전 이야기지만, '체벌=훈육'이라는 핑계로 마구잡이로 학생을 때리거나 가벼운 손찌검이 용인되던 시절이었다. 당시 기준으로 보자면, 분명히 학생들을 마음먹은 대로 '팰' 수 없는 지금, 교권은 퇴보한 게 맞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아무튼, 밭을 가는 소처럼 느릿느릿 시민 인권의식은 진전을 거듭했고, 경남교육청이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경상남도 교육조례안'을 12월께 경남도의회에 제출하는 상황까지 왔다. 조례는 '대한민국헌법,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교육기본법, 그리고 초ㆍ중등교육법 규정에 따라 학생의 인권과 권리를 지키고 이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조례안을 훑어봤지만, 도대체 내 기준으로는 뭐가 논란될만한지 잘 모르겠다. 입만 열면 외치는 '글로벌 스탠더드' 아닌가. 우리 학생인권도 좀 '글로벌'해졌으면 한다.

그런데 경남동성애반대연합과 학생인권조례제정반대 경남연합 회원, 경남미래시민연대 등 일부 단체가 이 조례안을 반대하는 모양이다. 반대 논지가 "학생에게 동성애·동성혼을 정상이라 하고, 성인과 같은 수준의 성관계를 권리라고 가르쳐 학생들의 동성애·임신·출산·낙태 등을 조장할 위험이 크다. 성 윤리를 무너뜨려 가정과 사제지간 파괴를 위한 조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한다. 동성애는 성적지향의 문제지, '정상/반대'로 나누는 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되묻고 싶다.

그렇게 찬양해 마지않는 미국도 동성애를 허용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내 몸의 자기결정권 교육을 어릴 때 해야지 그럼 도대체 언제 한단 말인가. 어른이 되면 자동으로 성관계 권리라는 게 생기나. 이런 모순된 학생인권 조례 반대를 나는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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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 조례안이 제출되는 12월까진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마련되는 공론화 자리에선 어른들은 입을 좀 다물고, 자라나는 '새싹'들 이야기에 귀 좀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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