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에는 사학과, 고고학과등 역사 관련 학과가 100~120개 있다. 이들 학과는 매년 봄, 가을 정기답사를 하는데 한 번에 1개 도(道) 단위로 계획을 짠다. 4년 8학기를 보내면 전국 8도 역사 현장을 다 둘러보게 된다. 답사에는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120명 교수·학생이 움직인다. 추산하건대 한 해 경남을 답사하는 역사 관련 학과 학생만 해도 족히 1000명은 넘을 테다.

최근 역사를 중시하는 허성무 창원시장 행보와 발언이 눈에 띈다. 허 시장은 일제하 독립 운동과 민주화, 산업화 등 창원이 써내려 온 자랑스러운 역사를 콘텐츠화하고 이를 관광에 접목해 전국에 '창원'의 정체성을 널리 알리는 데 관심이 많다. 책을 통해 지식으로 습득하는 것과 눈으로 직접 보고 몸으로 체험하는 것은 다르다. 답사는 지식에 경험을 더해 배움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한데 창원의 역사 현장과 이를 기억할 장치는 되레 외면받고 있단다. 특히 자랑스레 내세우는 민주화 운동 관련 유적이 더욱 그러하다는 지적이다. 전공자 학생뿐만 아니라 역사에 관심이 많은 시민이 배움을 완성하고자 창원을 찾아도 현장은 나무와 풀숲에 가려 정확한 위치를 찾기 어렵고, 타고 온 버스 하나 댈 주차 공간도 없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이번에 지적된 여러 역사 현장 주변 대대적인 정비가 꼭 필요해 보인다. 이와 함께 역사 관광이나 답사차 창원을 찾는 이들을 위한 지원 조직,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창원 역사를 알고자 찾은 외지인에게 시청 특정 부서만 통하면 주차와 가이드, 관련 자료를 원스톱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으면 전국에 이름난 '역사 도시 창원'이 한 발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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