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취업 위해 도시로 향하는 사람들
땅에 뿌리 내리고 사는 농부 많아지길

마을에 잔치가 열렸다. 한평생 농부로 살아온 정상평 님이 <최우수 작품>이라는 동시집을 출간했기 때문이다. 상평 님은 이웃 마을에 사는 서정홍 농부시인과 '세 달'이라는 모임을 다니며 시를 썼다. 이름처럼 세 달에 한 번 시인들이 모여서 써 온 시를 나눠 읽고 공부하는 모임이다. 바쁜 삶을 잠시 멈추고 둘러앉아 세 달 동안 쓴 시를 정성스럽게 나누는 시간이 참 행복했겠다. 그렇게 12년 동안 공부하며 쓴 시가 드디어 <최우수 작품>이라는 시집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다.

시집을 받고 시를 읽었을 때 농부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부로 살아온 시간과 발걸음이 시가 되었다. 땀으로 시를 짓는 농부 시인이 있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흙을 밟으며 땀 흘려 일하는 농부가 쓴 시에는 작지만 아름다운 생명들이 고스란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출판 잔치를 토기장이의 집에서 열었다. 긴 세월 농부로서 자리를 지키며 살아온 상평 님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이 많다. 그렇다 보니 소박하게 준비한 잔치에 많은 분이 찾아와 주셨다. 잔치에 온 사람들 얼굴에서 상평 님이 살아온 삶이 보였다. 모두가 진심으로 상평 님을 축하했고, 삶이 녹아든 시에 감동했다. 노래와 연주, 시낭송과 마음을 담은 인사말로 잔치가 따뜻하게 채워졌다.

산골마을에서 땀 흘려 살아가는 이야기를 길어 올리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자연을 노래하는 시가 삶에 흐른다면 이보다 더 따스할 수는 없으리라! 농촌이라고 농사만 지으며 사는 것은 아니다. 함께 문화를 만들고 행복을 일구어 가는 마을을 생각하면 저절로 신이 난다.

여전히 도시로 가야지 출세하고, 성공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니 농촌에서 자란 아이들조차 대학과 취직을 이유로 마을을 떠난다. 그렇게 도시에 살다가 다시 농촌으로 돌아오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하지만 농촌은 도시에서 실패한 사람이 모이는 곳이 아니다.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이어야 한다. 자본의 노예가 되길 거부하고,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사는 농부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마을을 살리고 자연을 지키는 사람들이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공동체가 더 많아져야 한다. 아이들이 뛰놀고 어른들이 서로 도우며 일하는 마을이 사라지고 있다.

쌀 한 톨의 무게와 계란 한 알의 크기를 아는 아이들이 필요하다. 흙 한 줌에 담긴 신비와 바람이 흘러가는 오묘함에 취할 시인이 필요하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돈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줄 어른이 필요하다. 아이와 어른 그리고 농부시인이 사는 마을에 살고 싶다. 나는 지금 시인의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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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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