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거리 무시한 비합리적 가격
정부 운수업종 적극 개입 나서야

며칠 전 거가대교에서 한 화물자동차 운전자의 도로 점거 사건이 있었다. 그는 체포된 후 범행 동기를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서 그랬다고 했다. 필자는 박사과정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심리학자이고, 한 수입 트럭 업체와 판매 딜러 계약을 체결한 트럭 딜러다. 필자가 이렇게 소개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약자라고 할 수 있는 화물자동차 운수종사자들의 입장을 대변해 다수 우리 사회의 구성원을 비판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 5톤 미만 개별화물의 단가는 32만 2712원에서 2016년 31만 3745원으로 감소했다. 일상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1톤 트럭의 경우 2012년 19만 9755원에서 2017년 3분기 기준 19만 6250원으로 감소했다. 최근 5~6년간 화물차의 단가는 10% 내외 범위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추세다. 그에 반해 최저임금은 2012년 6%, 2013년 6.1%, 2014년 7.2%, 2015년 7.1%, 2016년 8.1%, 2017년 7.3% 상승했고, 올해는 무려 16.4%가 인상되었다. 우체국 택배의 경우 1㎏ 이하와 50㎝ 이하 익일 도착 택배 비용은 3500원(2018년 7월 1일 기준)이다.

이것은 운송 거리와는 상관없다. 참 재미있는 현상이다. 많은 다른 여객운수업의 경우 무게와 거리를 기준으로 해 요금이 책정되는 반면, 유독 택배비용은 거리와 상관없다. 시장경제 논리를 따르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필자는 원칙적으로 시장에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로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런 화물자동차 운수업종 같은 시장에는 적극적 개입이 있어야 한다.

사실 화물운수업은 운임 외에도 지입제도나, 유류비용, 차량가격, 금융비용 등의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필자가 이러한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의식을 비판하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전체 운수업 종사자의 39%, 운수업 매출액의 24%를 육상운송부문이 차지하고 있다(통계청).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택배주문량이 증가하면서 육상운송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화물운수업이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종사자들의 처우는 결코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무관심에서 비롯되었으며, 구성원들의 왜곡된 소비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바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더욱이 화물자동차 관련 종사자들의 최초 투자비용은 대부분이 몇억 원이다. 차량을 구입하는 비용, 구입한 차량을 운송목적에 맞게 개조하는 비용, 영업용 넘버 임차 또는 구입비용 등까지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한다. 하지만 투자비용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3500원 택배비용은 필자가 사는 창원에서 서울까지 물건을 보낼 수 있는 비용이다. 그리고 이 비용으로 최소한 2~3대의 화물차를 갈아타며 서울까지 가게 될 것이다. 한 신문기사에 따르면 택배기사는 한 건의 물건을 배송함으로써 대략 500원 정도 수익을 번다고 한다.

박정훈.jpg

다행히 9월 11일 자 교통신문의 기사에 최저임금 인상 기조에 힘입어 대량 주문하는 홈쇼핑 업체와 전자상거래 업체들을 대상으로 택배비용을 5%가량 인상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묻고 싶어진다

'당신의 택배비용은 합리적입니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