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뿐 아니라 휘발유차까지 거래 실종
딜러 "시세 파악조차 어려울 지경" 하소연

BMW 차량이 계속된 화재로 중고차 시장에서도 외면을 받고 있다. 차를 팔겠다는 문의가 부쩍 늘었지만, 업체들이 매입을 꺼리는 데다 사겠다는 사람도 좀처럼 없다. 거래가 뚝 끊기면서 정확한 시세 파악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BMW 화재가 집중적으로 일어난 디젤차뿐 아니라 다른 모델들도 영향을 받으면서, 중고차 시장 전체가 위축된 모양새다.

BMW는 디젤 차량의 계속된 화재로 안전진단과 리콜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차량 화재는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안전진단 받은 차량은 물론 최근에는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불안감은 BMW차량 운전자 전체로 확산했다. 소비자들의 브랜드 신뢰도는 추락했고, 판매량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8월 BMW의 신규등록 대수는 2383대에 그쳤다. 전달보다 39.8%가 감소했고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 41.9%나 축소된 실적이다. 520d의 8월 신규 등록 대수는 107대로, 전달(523대)보다 79.5%나 감소했다.

창원의 한 자동차중고매매상사 내부 모습. 수입차량들이 전시돼 있다. /문정민 기자

BMW 판매량 급감은 부품 결함으로 발생한 화재 사고와 리콜 사태의 여파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 중고차 시장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중고차매매상사 업체들은 BMW 사태 여파로 중고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와 상관이 없는 가솔린 차량까지 판매가 주춤하면서, 중고차 매매 업체들이 속을 끓이는 실정이다.

창원 마산회원구 양덕동에서 자동차매매상사를 운영하고 있는 윤모(43) 씨는 "BMW 차량을 팔겠다는 차주 문의 전화가 많다. 기존 한 달 10통 정도 문의한다면 지금은 20% 정도 늘었다"며 "하지만 딜러들이 매입 자체를 꺼려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다. 중고차 가격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의창구 팔룡동에서 자동차매매상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48) 씨는 "지역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지표로 확인되는 것보다 더 좋지 않다"며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부품 결함과 상관이 없는 가솔린 모델까지 거래가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또 "기존에 매입한 BMW 차량을 팔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나마 문의를 하는 사람들은 너무 싼값에 사기를 원해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씨는 BMW의 판매 위축 기조가 오래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 때도 시세 회복까지 2년 가까이 걸렸다"며 "BMW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화재 사고로 사태 심각성은 더욱 크다. 더욱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BMW의 판매 위축은 길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