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여건 개선 안 돼 밀어붙이기 어려워" 부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수도권 소재 122개 공공기관을 각 지역 혁신도시로 추가이전시키겠다고 공언하면서 지자체별로 입맛(?)에 맞는 공공기관을 선점하고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경수 도지사는 지난 17일 간부회의에서 서부권지역본부의 '공공기관 추가 이전 대책' 보고를 받는 와중에 "충분히 검토는 해 놓으시되 드라이브는 걸지 마라"고 지시했다. 듣기에 따라 공공기관 추가 이전에 대해 시큰둥하다고 느낄 법한 발언을 김 지사가 한 건 애초 기대했던 '혁신도시 효과'가 아직 충분히 발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김정훈(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무조정실에서 제출받은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임직원 이전 현황'에 따르면, 전국 혁신도시에 산재해 있는 전체 110개 공공기관의 직원 절반가량이 여전히 '집은 수도권, 직장은 지방' 행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이 있는 직원 2만 7114명 중 본인 혼자만 혁신도시에 거주하는 비율이 47.7%(1만 2939명)로 나타났다.

특히 경남의 진주혁신도시는 제일 심각했다. LH를 비롯한 11개 공공기관이 자리 잡은 진주혁신도시의 '나 홀로 산다' 비율은 58.3%에 이르렀다.(가족 있는 임직원 3151명 중 1836명) 이어서 강원(원주·56.7%), 경북(김천·54.1%), 충북(진천 음성·49.9%), 대구(48.8%) 순이었다.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한 김 지사는 "수도권과 거리가 가장 멀다는 거 말고는 진주의 정주 여건은 여타 혁신도시에 비해 유리한데도, 전국에서 정주율이 제일 낮게 나타났다"며 "지방정부 차원의 인센티브가 뭐가 있는지 찾아야겠지만, 공공기관 자신도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에서 공공기관 추가 이전으로 각 지역 혁신도시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 사이에서 반발기류가 일고 있고, 실제 혁신도시의 정주여건이 여전히 부실하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에서는 정부 차원의 추진 동력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김 지사는 "혁신도시 시즌2 사업이 잘 추진되고 정주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쉽지 않다"고 진단하면서 "오히려 이 시점에는 정주율 제고 방안, 지역인재 채용 확대 방안, 혁신도시 시즌2 사업 등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어서 "진주가 정주 여건으로 보면 전국적으로 가장 좋지만, 결과로도 그렇게 드러날 수 있도록 공공기관 등과 긴밀하게 협의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경남도는 '경남혁신도시 복합혁신센터 건립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비' 10억 원, '공공기관 연관산업 기업유치' 지원 2억 원 등 총 13억 원의 국비를 확보해 '혁신도시 시즌 2' 사업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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