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끝내 증설 계획 발표
행정절차 강행 주민 반발
"결론 내놓고 들러리 세워"

김해시 장유소각장 증설(현대화) 사업이 '시민원탁토론회(시민공론화)'를 진행한 뒤에도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시가 시민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지난 1일 공론화 자리를 마련했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와 법정단체인 부곡주민지원협의체(협의체)가 발표한 증설에 따른 주민지원 협약안을 두고 효력 논란이 제기된 데 이어 시가 증설을 전제로 한 소각시설 광역화사업 기본협약 체결 동의안을 토론회 이전에 제출한 사실이 밝혀졌다.

18일 김해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9일 '김해-창원 소각시설 광역화사업 기본협약 체결 동의안'을 제출했다. 동의안에는 시가 기존 소각로 처리용량을 150t에서 300t으로 늘리면서 국·도비 지원 요건인 광역화를 위해 창원(진해구) 생활쓰레기를 하루 50t씩 받아주기로 하고 운영비 등을 분담하는 내용이 담겼다. 광역화 조건으로 증설(현대화) 사업비 874억 원 가운데 70%인 612억 원을 국·도비로 조달하고, 나머지 30% 중 25%는 김해시가, 5%는 창원시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장유소각장 전경. /김해시

문제는 이 동의안이 토론회가 열리기 사흘 전에 제출됐다는 점이다. 시는 원탁토론회를 앞두고 '현재 소각장 증설 계획은 공론화 기간 일시적으로 중지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시가 소각장 증설을 전제로 한 창원시와 광역화 협약 체결 안건을 제출한 것은 공론화 결과를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당시 토론회 결과는 참석자 111명 가운데 증설 찬성 59%·반대 40%로 나왔다. 소각장 영향권 주민 1만여 명은 전체 김해시민의 2%에 못 미친다. 영향권 주민 비율과 소각장이 기피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한 찬반 의견 결과로는 찬성률이 낮은 편이다.

이를 두고 소각장 이전을 주장해온 주민공동비상대책위는 "시가 이미 증설 방침을 정해놓고 하는 토론회에 들러리 서지 않겠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한 효력 논란이 불거진 '주민지원협약안'에 대해서도 시가 법률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시는 "소각장 증설 사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라며 사업을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해 주목된다. 시는 18일 오전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유소각장 증설계획을 발표했다. 10년간 끌어오던 장유소각장 증설사업을 위한 행정절차를 재개한 것이다.

비대위 측은 시의 소각장증설사업 강행에 맞서 내달 7일까지 허성곤 시장과 긴급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비대위는 협의체와 시가 지난 2월 20일 소각장증설을 위한 주민지원협약을 주민들 모르게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의 평균 83%가 소각장 증설을 반대하는 것을 알면서도 협의체에서는 운영규정을 어겨가면서 주민 몰래 임시회를 소집해 긴급회의처럼 호도했다는 것이다.

이에 비대위는 협의체 내부규정을 위반한 밀실협약은 무효이므로 파기해야 하고, 협의체 위원을 해촉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어 "시와 협의체가 그동안 주민을 무시하고 시민공론화를 강행해 증설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만큼 소각장 증설사업을 백지화하고 이른 시일 내 최적의 후보지를 선정해 이전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시가 만약 증설을 강행한다면 55만 시민들의 쓰레기 대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시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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