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완벽하지 않은 미완성의 존재
슈베르트 교향곡 8번 '미완성'
범죄예방시스템 불완전성 강조
기술 의존·다수결 맹점 꼬집어

이 영화가 만들어진 당시로는 반백 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지만 현재로 봐서는 얼마 남지 않은 시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SF영화의 걸작으로 얼마 전 방한한 배우 톰 크루즈와 SF장르에서 최고의 감독이라 할 수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났다.

2054년, 돌연변이로 인해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언자들을 이용, 프리크라임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아직은 워싱턴에서만 기능하고 있지만 곧 전국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예언자들은 살인이 일어나는 순간을 미리 보고 이것을 이미지화하여 파일로 전송하면 그것을 바탕으로 범죄를 미리 예방하는 프리크라임시스템, 팀장 존 앤더튼(톰 크루즈)은 이 시스템의 신봉자로서 팀원들의 신망이 두텁다. 과거 아들을 잃은 상처를 갖고 있으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아픈 소명감인 것이다. 어느 날, 예언자들이 보내온 살인예고 파일을 분석하던 중 그는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하는 미래를 보게 된다. 존은 황급히 자리를 빠져 나가고 시스템에 오류가 있음을 밝혀내려 한다. 홍체인식으로 모든 것이 움직이는 사회라 자신의 위치를 들키지 않고는 움직이기 힘든 사회, 그는 결국 안구이식수술을 받으면서까지 자신의 결백을 밝힐 파일을 보유하고 있는 예언자 중 한 명을 납치하고 점점 모든 사건을 계획한 음모자의 계략이 밝혀져 간다. 존이 살인을 저지를 것이라 예언된 시간과 장소, 그 자리에 존과 피해자가 함께 있다. 그리고 존은 그를 죽일 이유가 분명하며 살인에 대한 우발적 감정도 최고조에 달해 있는 상태다. 만약 그를 죽인다면 살인방지시스템에는 오류가 없는 것이 입증되겠지만 자신은 살인자가 된다. 하지만 그를 내버려 둔다면 스스로 시스템의 오류를 인정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과연 존은 여기서 어떠한 선택을 할까? 시스템을 지키기 위하여 살인 예고 시스템을 교묘히 이용해 살인을 자행하고 주인공 존조차 파멸시키려는 이의 계획은 성공할 것인가? 결국 체포된 주인공 존은 범죄자 격리 캡슐에 갇히고 말지만 이렇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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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교향곡

이 영화에는 미래에 우리가 누릴 많은 과학적 산물들이 등장한다. 먼저 이젠 생소하지 않은 홍체인식 시스템이다. 지하철을 탈 때도, 옷을 사기 위해 가게에 방문했을 때에도 이 시스템은 누구인지를 알아 내고 원하는 상품까지 정확히 인지하고 안내한다. 다음으로는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무인자동차이다. 하지만 약점은 항로가 결정되어 있다는 것, 중간에 마음이 바뀌었다고 하여 목적지를 바꿀 수 없는 정말 바보 같은 기계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충동적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리고 살인예고현장 파일을 분석할 때 등장하는 스마트 모니터와 동작인식 기술, 현란한 손동작만으로 허공에서 화면이 순식간에 바뀌어 가며 긴장감을 더한다.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클래식의 명곡이 있으니 바로 작곡가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미완성' 1악장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는 여러 장면에서 클래식이 사용된다. 주인공 존이 집으로 돌아와 죽은 아들의 영상을 보며 슬픔에 잠길 때 그의 비통함을 보여주려는 듯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의 선율이 줄곧 흐른다. 프리크라임시스템 창시자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녀의 기이한 식물로 가득한 온실에서 머물던 선율, 그리고 예비범죄자들을 가두는 캡슐을 관리하는 책임자는 등장할 때마다 바흐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귀에 지속적으로 남는 선율은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다. 시스템의 불완전성을 강조하려는 듯 곡의 제목도 의도되었든 그렇지 않든 '미완성'이다. 이 곡의 선율이 기억나지 않으신다면 어린 시절, 개구쟁이 스머프들이 가가멜에게 쫓기던 장면을 기억해 보면 좋을 것이다. 떠오르는 선율이 있다면 그게 바로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이다. 라디오의 어느 퀴즈 프로그램,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아리아 한 곡을 들려주며 작곡가를 맞히는 문제였다. 아무도 정답을 알지 못하자 이 작곡가의 마지막 작품은 미완성으로 끝났다는 힌트가 나간다. 줄줄이 도착하는 오답들, 슈베르트! 이렇듯 미완성이란 단어와 슈베르트는 우리의 뇌리에 선명히 연결되어 있다. 슈베르트의 대표작이란 방증이기도 하다. 사실 거의 모든 작곡가의 마지막 작품은 미완성이라고 하여야 맞을 것이다. 작품활동 중 끝맺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곡은 다른 경우이다. 4악장 구성이 일반적인 교향곡이라는 장르에서 그는 2악장까지 완성 후 3악장을 시도하다 그만둔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슈베르트는 많은 작품들을 완성하였으니 죽음으로 인한 미완성이라고 보기 힘들다. 왜 2개의 악장으로 곡을 마무리했는지에 대한 의견들은 분분한데 그 자체로서 완벽한 작품으로 더 이상 손댈 곳이 없어서라는 낭만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 이미 완성된 미완성

교향곡을 헌정하기로 한 그라츠 음악협회에 2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악보를 보낸 것 또한 이 의견에 힘을 실어 주고 있으며 의도를 알지 못한 협회에서 나머지 2개의 악장을 기다리다 잊혀 40여 년 동안이나 초연이 이루어지지 못한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줄 세우기를 싫어하나 덧붙이자면 이 곡은 형식의 불완전성에도 불구하고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 베토벤 교향곡 5번(운명이라고들 통상 부르지만 부제가 없는 교향곡이다)과 더불어 3대 교향곡으로 일컬어진다. 1악장이 스머프 테마라면 2악장은 '깊은 산골 옹달샘'테마로 귀에 익은 선율이니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이라도 친숙하게 접근 가능하다는 점 또한 이 곡이 지닌 큰 장점이라 하겠다.

살인예정자라는 요상한 죄명으로 격리된 범죄자들, 엄밀히 말해 범죄예정자들. 그들은 짓지도 않은 죄를 지을 것이라는 예언 하나로 캡슐에 갇혀 있다. 그들 사이에는 관계성립이 있을 수 없다. 한 명씩 하나의 캡슐에 의식도 없는 상태에서 숨만 쉬고 있는 지금으로 보면 감옥인 것이다. 이곳을 관리하는 책임자, 주인공 존이 찾아갔을 때, 그리고 영화 후반 존의 아내가 방문했을 때 그는 바흐를 연주하고 있다. 바흐의 칸타타 BWV147 <마음과 입과 행동과 생명으로> 중 마지막 곡 '인류의 소망, 기쁨 예수'. 제목은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장담하건대 적어도 한 번은 들었던 익숙한 선율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전 소개한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소개한 칸타타 BWV 140 <눈 뜨라 부르는 소리 있어> 중 4번째 곡 '파수꾼의 노래를 시온성은 듣네'의 선율과 더불어 바흐의 칸타타 중 유명한 선율 투톱(Two Top)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훌륭한 액션영화임과 동시에 우리에게 법리적, 철학적 고민을 요구한다. 미래는 결코 바꿀 수 없다고 여기던 주인공 존 앤더튼은 예언된 살인을 실행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시스템의 오류, 즉 미래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예언은 그 가치를 잃고 만다. 즉 살인을 예언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존보다도 더 살인방지 시스템에 애착을 가진, 그로 인해 살인마저 서슴지 않았던 설계자, 그 역시도 결국 예언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니 완벽한 실패인 것이다.

주인공 존, 미래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이 되는 순간 그는 예정된 것과는 다른 선택을 한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의 관점에서 보면 미래의 나인 것이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에 직면한다. 과거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을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선택할 수 있어요, 아직 기회가 있어요.' /시민기자 심광도

※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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