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고성군에 항공부품공장을 신축하려 하자 사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사천시는 그동안 도와주었는데 말도 없이 고성 쪽으로 넘어가려 한다며 KAI가 배신했다 하고, 고성군은 기업유치를 위해 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했고 조선 산업 침체에 따른 실업자 문제 해소 등을 이유로 항공부품공장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문제의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갈등과 대립으로는 풀릴 수 있는 문제도 풀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웃끼리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천시 주민들은 KAI가 사전에 협의를 하지 않았고 지역사회에 중대한 문제가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벌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 경남항공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고 항공우주산업 집적화를 해야 할 판에 다른 지역에 공장을 짓는 것은 일종의 배신행위로 보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결정의 배경에 도지사와 고성군수 등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는 여론이다.

고성군의 입장도 타당성은 충분하다.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더 큰 틀에서 봐야 하고 경남지역 전체의 경제 활성화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고성군만 해당하는 명분이 아니다. 진주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함안, 고성을 아우르는 항공우주클러스터 지정의 이유도 이와 같다. 기업유치 조건도 고성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우선 정부의 R&D(연구개발) 자금을 지원받는 계획도 있고 고성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지역고용촉진지원금'과 '고용촉진장려금' 지원혜택도 받을 수 있다. 공장 터도 애초 알려진 것처럼 무상은 아니지만 사천보다 저렴한 가격에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투자유치보조금도 사천보다 고성이 나은 조건이다.

지키려는 쪽과 가져가려는 쪽 모두 타당성이 있지만 서로 주장만 강조해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기업이 튼튼하게 성장하는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지역이기주의로 비치고 그것이 고착화하는 것이다. 양 지역 정치권이 현명하게 대처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중요한 열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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