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문제를 흔히 여름철 소나기에 비유한다. 맑은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게 비가 쏟아지는 상황. 하늘을 원망하고, 우산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고, 무엇 때문에 이런 상황을 만나게 된 건지 따져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예상치 못한 소나기를 만났을 때는 우선 비를 피해야 하고, 이 비는 곧 그치더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잠시 기다리는 여유를 가지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어쩌다 긴 소나기도 있겠지만 사이사이 비가 잦아드는 시간도 있기 마련이니 말이다.

우리 아이들의 문제도 이런 관점과 대처가 필요하지 않을까? 질풍노도의 시기에 거친 폭우까지 몰아치니 그 무엇으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때로는 강한 처벌보다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 한마디가 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학교와 어른들에 대한 분노와 불신으로 가득 찬 아이일수록 진심 어린 손길과 존중의 언어가 마음을 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학교와 교사들이 조급증과 분노를 버리고 긴 호흡으로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을 지켜볼 수 있는 인내를 가져보자. 그리고 아이들이 스스로 비를 피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내어주고 믿고 기다려 보자. 이런 과정은 그 어떤 교육적 처방보다 아이와의 극적인 관계회복과 소통의 고리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학생 생활의 문제에 대해 처벌 중심으로 '지도'해왔던 방식을 바꿔 '교육'적이고 '인권 친화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보기를 권한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에게 공개적으로 벌주고, 교칙에 따라 처벌만 하는 지도와 통제의 일방적 관계보다는 때로는 잘못을 용서해주고 기회를 줘 스스로 반성하게 해보면서 아이들과의 관계를 자율과 신뢰의 인격적 관계로 변화시켜보자.

학교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는 분명 위기 상황에 부닥쳐 있다. 이런 위기의 아이들에게 학교와 교사는 '처벌과 배제'라는 비교육적 논리를 벗어나 끝까지 교육적인 관점을 놓지 말아야 하고, 소수의 문제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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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수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야말로 모든 아이에게 가장 교육적이고 안전하고 행복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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