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간 대립과 갈등 빈번해
경계의 부작용 해소위해 진정성 보여야

유라시아 초원지대는 애초에 국경이라는 것이 없었다. 유목민들의 땅이었던 그곳에는 양과 말들이 풀을 찾아 자유스럽게 떠돌았다. 인류의 발달사에 따라 수많은 유목국가가 그 땅에 명멸했지만 말뚝을 박아 나라의 경계를 삼았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하지만 십수 년 전부터 중국이 차지한 초원지대에 철조망이 등장했다. 유목민들에게 일정 규모의 땅을 주고 그 안에서만 유목을 하게 한 것이다.

풀을 찾아 이동하지 못하게 되자 유목민들은 가축을 먹일 풀이 모자랐고 사육규모를 줄이거나 포기를 하고 도회지로 거처를 옮겼다. 초원에 철조망은 있는데 가축은 없는 곳이 늘어나니 이동을 통한 초원의 문화도 얼마 안 가서 종적이 없게 될 것이다. 중국이 황사를 막겠다고 벌인 일이라는데 황사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나 인류가 이룩한 수천 년 문화가 이 시대 안에 사라질까 봐 걱정이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경계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땅을 비롯해서 자신이 차지한 재산으로서의 경계와 소속된 집단으로서의 경계도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는 분단이라는 민족사 비극으로 제 나라 안에 서슬 퍼런 철조망을 여러 겹 쳐놓았다.

경계를 분명하게 하는 것은 분쟁을 막는 수단으로서 꽤나 유용한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경계를 따지다 보면 서로 대립하게 되고 그에 따른 폐해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작은 땅덩어리도 둘로 갈라졌는데 그도 모자라 각 지방자치단체 간 경계로 대립들이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각 시·군과 광역자치단체로 영역을 나눈 것은 통치의 효율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 개입한 이후로는 전라도 경상도로 대립하고 경상도 안에서도 작은 경계를 두고 대립과 반목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세라는 재원이 달린 문제이니 돈이 될 만한 거리일수록 쌍방에 대해 치열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것이다. 김해신공항 문제는 우리가 이 사회를 어떤 가치관으로 살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 주었다. 낙동강 이서지역은 부산이 경남에서 떨어질 때 경남땅이었으며 양 지역 간 생활경계도 모호하다. 하지만 신공항 유치를 두고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돈과 이권 앞에서는 부모 형제도 막가는 경우가 허다한 오늘날이고 보면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양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경계가 될까 봐 걱정스러운 것이다.

최근에는 사천시와 고성군 간에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고성 쪽에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 때문에 논란이다. 산청과 함안에도 이미 관련 공장들이 있으니 고성 쪽에 공장을 짓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다. 오히려 고성은 지척 간이다. 하지만 사천시는 그런 사례들이 협의 없이 이루어져서 자존심이 상하고 항공도시로 발전하는데도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적극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 또한 할 만한 주장이다. 그러나 애초에 크게 묶어 한 지역이었거나 시·군으로 경계가 나누어져 있지 않았다면 논란이 일었을까 싶어 안타깝다. 정치권도 문제이다. 다독여도 모자랄 판에 부추기지는 말아야 하는데 반대로 가는 것 같다. 김경수 도지사의 고향이 고성인 것도 오해를 사고 있다. 정권적 차원에서 힘이 작용했다고 보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경계가 낳은 부작용일 뿐이다.

기왕에 일은 벌어졌다. 정치권이 좀 더 낮은 자세로 설득력을 발휘하고 기업도 진정성을 보여 주면 된다.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내 것이 지나치게 강조되지 않게 이참에 큰 틀의 약속이라도 만들어내길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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