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서 열린 2018한국지역도서전 성황
동네 이야기·독특한 주제 등 콘텐츠 돋보여 독자들 호평
지역작가·출판사 서로 격려하고 정보도 공유

지난 7일 저녁 수원 화성 근처 어느 식당, 지역 출판인들의 저녁 자리가 왁자하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아마도 여기서 책을 팔아 대박을 내겠다는 분은 없으실 겁니다. 우리가 모여 서로 다독이며 의지하고…."

이 자리에서 사회자가 운을 떼며 한 말이다. 우스갯소리지만 지역 출판의 어려움을 잘 담고 있다. 한편으로는 씁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을 다잡게 되는 말이기도 하다.

지역 출판 서적 전시관

지난 6일에서 10일까지 경기도 수원 화성행궁 주변에서 열린 2018 수원한국지역도서전. 전국 곳곳에서 지역 출판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첫 행사서부터 친분을 쌓아온 덕분일까, 각자 지역 사투리로 안부를 주고받는 말들이 정겨워 보였다.

이 며칠 동안 이들은 각자 출판사 부스를 지키며 열심히 책도 팔고,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오랜만에 만난 타지역 출판사 사람들과 고민도 나누고 정보도 교환했다.

이렇게 지역도서전은 힘겹지만 지역에서도 좋은 책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대외에 알리는 행사이자, 비슷한 처지에 있는 지역 출판인들이 서로 힘을 북돋우는 자리였다.

도내 출판사 판매 부스

◇지역 출판사도 좋은 책 많네

수원 화성행궁 앞에 널찍한 행궁광장이 있다. 이곳이 지역도서전 주행사장으로 출판사 부스들이 다 모여있었다.

경남에서는 피플파워(창원), 펄북스(진주), 경상대출판부(진주), 상추쌈(하동)이 참여했다.

좋은 책은 어디서든 관심을 끌기 마련이다. 지역 출판사가 낸 책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행사장을 찾은 수원과 전국의 독자들은 부스를 돌며 이 매력적인 책들을 두루 살폈다. 재밌게도 지역적인 특색이 강한 책이 관심을 많이 끌었다. 경상대 출판부의 <노거수와 마을 숲>, 피플파워의 <남강오백리 물길여행>이 그랬다. 이들 책에 대한 관심은 '우리 지역에도 이런 걸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과 연결되어 있다.

전문적인 내용이거나 독특한 기획 등으로 소장 가치가 큰 책도 관심 대상이었다. 경상대 출판부의 <야생벌의 세계>, <한 권으로 읽은 연극의 역사>나 펄북스가 낸 시선집 시리즈 같은 것이다.

양질의 콘텐츠도 무시할 수 없었다. 상추쌈이 발행한 <꿀벌과 시작한 열입곱>, <언젠가 새촙던 봄날> 같은 책은 디자인도 좋지만, 아이들 교육과 관련해 학부모들의 눈길을 끌었다.

독자와 만남 행사

◇지역 작가, 전국 독자 만나다

지역도서전에서는 지역 작가들이 전국의 독자를 만나는 자리도 마련됐다. 7일에는 피플파워가 낸 <남강오백리 물길여행> 권영란 작가가, 9일에는 펄북스가 낸 <박남준 시선집> 박남준 시인이 독자를 만났다.

권 작가는 진주와 남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역적인 이야기지만, 청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틈틈이 메모를 하는 이들 가운데서는 어떤 식으로 조사를 했는지, 참고 문헌은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질문도 나왔다. 박 시인도 개인사와 지역 출판사 펄북스와 만나게 된 사연 등을 이야기했다. 분위기는 시종 따뜻했고 진지했다.

저자의 매력에 빠지면 책을 안 살 수가 없는 법. 독자와 만남 자리에 준비했던 작가의 책들은 현장에서 다 팔렸다. 특히 펄북스 <박남준 시선집>은 부스에 있는 것까지 다 팔렸다고 한다.

독자와 만남 행사는 없었지만, 행사장 사진 담당을 하면서 간간이 펄북스 부스를 지키던 조경국 작가의 소설 <아폴로 책방>도 모두 판매됐다.

작가 외에도 경남 출판사를 대표해 김주완 피플파워 편집이사가 '지역에서 행복한 출판이야기'를 주제로 독자들을 만났다.

마을기록포럼

지역도서전에서는 이 외에도 낭독, 포럼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렸다.

화령전 앞에서 행사 기간 내내 진행된 낭독공연에는 수원 지역 배우들이 참여해 아주 특색이 있었다. 조그만 공연장에 자리를 잡아도 좋고, 그저 지나가며 문득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여도 괜찮았던 행사였다. 배우와 함께 책을 읽어 나가던 관객이 내용에 몰입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선경도서관에서 열린 마을기록포럼도 동네 신문 등 자신만의 언어로 지역을 기록하는 이들의 활동 내용과 결과물을 만날 수 있었기에 의미가 깊은 자리였다.

내년도 지역도서전은 바닷가 작은 고장, 전북 고창군 해리면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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