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은 저희에게 어머니 같은 강입니다. 수천 년을 흐르면서 저희를 먹이고 길러주었습니다. 병들고 나이 드신 어머니를 버릴 수 없듯 이제 자식 된 저희가 보살피고 돌보아야 합니다. 이제야 섬진강을 살리기 위한 출발선에 섰습니다."

지난 13일 국민권익위원회 주최로 하동군청에서 열린 '섬진강 염해피해대책 조정회의'에서 조정안이 체결되자 재첩 채취 어민 조영주 씨는 담담하게 기쁨을 표했다. 섬진강을 생계 터전으로 삼았던 재첩 채취 어민들의 숙원이 이뤄졌다.

섬진강과 맞닿은 남해의 바닷물이 섬진강 하류에 과하게 유입되면서 염분 농도가 짙어져 섬진강 생태가 변했다. 이 때문에 재첩 생산량이 많이 감소했는데 그 대책안이 담긴 합의서가 나온 것. 여기까지 오는 데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2000년 중반부터 재첩 재취 어민과 하동군은 꾸준히 정부와 정치권, 관계기관 등에 대책 마련을 호소했으나 외면당했다. 좀 더 일찍 대책이 마련됐으면 현재처럼 심각한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정안이 나오기까지도 쉽지 않았다. 어민 요청으로 해결에 나선 국민권익위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10개월 걸쳐 현장 조사와 함께 관계기관과 어민 간 대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마련했다. 11차례에 걸쳐 진행된 간담회만 봐도 알 수 있다.

관계기관을 향한 어민들의 불신이 가장 큰 문제였다.10년이 넘는 기간과 이해 당사자 간 어려운 협의 과정을 거쳐 마련된 이번 조정안은 그래서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건 정부나 관계기관이 투명한 과정을 거쳐 어민 피해를 정확하게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면밀한 피해 대책을 세워 추진하는 등 약속 이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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