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다시 준비하면서 예상했던 대로 보수층의 반발이 일고 있다. 종교계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반대 기류도 감지된다. 정책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나 임신을 부추긴다느니 하는 왜곡된 반응에는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뒷받침하는 법제가 만들어지는 움직임이 일 때마다 우리 사회는 악의적인 편견에 휩싸이며 진통을 겪어야 했다.

학생인권조례가 왜 필요한지 설명하는 것은 학생도 인권이 필요한 존재인지 묻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차한 일에 가깝다. 더욱이 최근 미투 운동의 열풍을 통해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교사에 의한 학생 성폭력 또는 남학생에 의한 여교사 성폭력 피해의 경우 그 특성상 실체를 밝히기 매우 어려우며 관련 통계조차 찾기 어렵다. 그러나 올해 초 미투 운동에서 학교 성폭력의 심각성이 수면으로 올라왔다. 일부 여성단체의 경우 '스쿨미투' 대책팀이 꾸려져 있을 정도이다. 최근 경남에서 드러난 사건만 일별해도 학교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올해 초 함양의 모 고등학교에서 교사의 성차별 발언이나 남학생들의 여성혐오 발언 등이 학교의 미온적 대처를 통해 학내 갈등으로 번지면서 지역사회가 대응했던 사건이 있었다. 또 창원에서 열린 미투 집회에서 모 고교 남교사의 충격적인 성희롱 발언이 폭로돼 경남교육청이 진상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조사를 통해 학생 피해 성폭력이 학내 교칙과 무관하지 않다고 제기한 바 있다. '스쿨미투' 운동이 일어난 학교일수록 교칙이 엄격하고, 속옷 색깔까지 규제하는 등 학생의 권리를 지나치게 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학생의 인권을 제재하는 학교일수록 학생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에도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성사회가 학생을 인격적 주체로 대하지 않고 어른 말을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는 열등한 존재로 보는 것은, 학생인권조례가 싸워야 할 벽이지만 인권조례가 왜 만들어져야 하는지 웅변한다. 기성사회의 편견을 뛰어넘는 것은 박종훈 교육감을 비롯한 경남교육청의 역량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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