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성·희소성 끄는 마을 상품 인기
전통·산업 동반성장할 스토리텔링 필수

스위스 루가노는 내 삶에 힐링이 필요할 때 어김없이 뇌리 속에서 되살아나는 마력이 있다. 나는 종종 루가노 골목길을 걸으며 80여 년 역사를 간직한 소시지와 채소, 보세품 가게들을 두리번거린다. 인구가 6만 명도 되지 않는 루가노는 한 번 다녀온 관광객들이 또다시 가보고 싶어하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손꼽힌다. 역사와 문화, 패션이 공존하는 골목길과 축제, 루가노 호수를 품고 있는 어촌 마을, 마을을 지키고 변화시켜온 주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루가노는 어부들이 고기 잡는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려고 자발적으로 골목 관광 거리를 조성했다. 연중 24회 이상 호숫가 광장에서 축제를 벌인다. 관광객들은 어느 계절에 가도 축제를 만나고, 함께 즐길 수 있다. 한국에 사는 내가 가장 글로컬(Glocal)한 마을이라고 해서 찾아간 곳이 머나먼 스위스 루가노이니, 루가노는 마을이야기 마케팅에 대성공했다.

글로컬한 마을은 내가 담당하는 밀양·창녕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많다. 그러나 대개 비슷비슷하고 독창성 없이 획일적인 경향이 없지 않다. 그렇다 보니 멋진 전통 문화와 역사가 많은 마을임에도 세계화는커녕 우리나라에서조차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광역·기초 지자체마다 마을의 전통·전설·역사·인물·문화 콘텐츠를 이야깃거리로 만드는 게 붐이다. 정부 주도와 주민 참여가 혼합된 형태이긴 하지만, 행복 마을 만들기뿐만 아니라 창조적 마을 만들기, 도시 재생 마을 만들기 등 다양한 사업들이 전개되고 있다. 경남도에서는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를 해마다 열어 마을공동체 인식도 높이고, 6차 산업을 활성화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장년·노년층 지역 주민들이 다같이 참여해서 연극·구연동화·뮤지컬·시 쓰기 등으로 마을 이야기를 표현해내고, 마을 농특산물과 가공식품도 판매·유통하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 밀양에서는 신공항 갈등을 엮은 백산마을 주민들이 마을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면서 마을공동체를 회복한 사례로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개최한 '제5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문화·복지 분야 1위(금상)를 차지했다.

지난 15~16일 경주에서 열린 '경북 마을이야기 박람회' 역시 이런 시류를 타고 올해 5회째 열렸다. 경북지역 22개 마을이 참여해 마을이야기 테마 관광상품, 먹을거리(전통 음식), 놀거리(전통 문화 시연·문화재 공연)를 발굴·활용해 선보이고, 마을 농특산물과 가공품을 팔아 수익을 창출한다. 최종적으로는 마을을 글로컬 브랜드화해 각 마을로 관광객이 많이 오도록 유도해야 할 텐데, 모든 마을이 아직 거기까지 이르진 못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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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말엽 나천업(최치원의 장인)과 류성룡이 태어난 곳인 경북 의성군 정곡면 사촌마을 주민들은 '사촌마을에서 한 달 살아보기'를 올해 처음 시도했다. 공모로 외국인만 5명 선정해 9월 한 달간 한국인의 '정(情)'을 경험하게 하는 중이란다. 이 외국인들이 돌아가서도 사촌마을을 그리워하게 된다면 대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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