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름방학이었지만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인성부장을 끝내고 수업에만 전념하는 올해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이 유독 많이 눈에 보인다. 더군다나 녀석 중 대부분은 나와 별다른 연결고리도 없다. 담임도 아니고, 수업도 들어가지 않고, 인성부장도 아닌 상황에서 이리저리 조심스럽게 관계 맺기를 모색하는 중이다.

하지만 한 학기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두 녀석이 다른 학교로 전학 보내졌고, 전학 간 그곳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아이들은 '탈학교 청소년'이 되었다. 얼마 후 그 아이들과 친했던 두 명의 아이들도 스스로 자퇴원을 내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이렇게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경남에서만 한 해에 1000명이 넘는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물론 문제의 발단은 아이들의 '일탈'과 '문제 행동'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상황을 대하는 우리 교사들은 과연 가장 교육적인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임하고 있는 것인가? 나아가 그런 아이들의 일탈을 예방하고 치유하기 위해 충분히 적극적이고 전문적인가를 고민해본다.

'일탈 행동'과 '학교 부적응' 등 '탈학교 고위험군' 학생일수록 최상의 교육적 조치가 필요하고, 학교와 교사는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는 이런 아이들을 교사의 지도에 순응하지 않고 교칙을 위반하며 다른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등의 이유로 낙인찍고 격리하고 일만 생기면 그것을 기회로 다른 아이들의 본보기용으로 과도하게 징계하지는 않았던가?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범죄를 형벌로만 다스리던 '형무소'가 사라지고, 복귀에 방향을 맞춘 '교도소'로 변신을 꾀하였고,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피해자와 가해자의 진정한 회복을 추구하는 '회복적 사법'의 실천이 모색되는 상황이다. 또한, 학교도 '행복학교' 등의 다양한 변신을 시도 중이고, '회복적 생활교육', '배움 중심 수업' 등 수업과 생활교육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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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학교 문화는 인권감수성에서 낮은 점수를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소한 실수나 잘못을 한 학생을 대하는 우리 교사들의 말과 행동과 처분은 얼마나 교육적이었으며, 학생에 대한 최소한의 인격적 존중을 바탕으로 했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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