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난동으로 벌금형 받은 한국 유학생
대학 졸업장보다 건학이념 먼저 배워야

뉴욕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과 승객에게 폭언하는 등 14시간 내내 난동을 부린 20대 미국 명문대 학생이 최근 200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가십성 기사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대학생을 가르치는 처지에서는 주목도가 높은 뉴스로 세 가지 점에서 충격이었다.

우선, 국제선에서 장시간 동안 폭언과 난동을 부리며 승객들을 공포로 몰아넣고도 벌금 2000만 원으로 간단히 해결됐다는 사실. 미디어는 비싼 벌금을 부각했지만 이러고도 징역처벌을 받지 않는 국내 항공보안법의 허술함과 물렁함이 충격적이었다.

두 번째는 출발 전부터 소란을 피우고 좌석 교체 후에도 옆 승객을 괴롭히고 담배를 입에 물고 폭언과 난동을 부리는 등 명백한 항공보안법을 위반한 사실을 목격하고도 비행기에 탑승시킨 항공사 측의 무모함과 그 후 사안의 중대함에도 검찰이 약식기소하는 어처구니없는 사실. 법원에서도 약식기소를 이유로 약식기소 벌금 최고액인 2000만 원만 부과했다는 점이 놀랍다.

마지막으로 20대 성인이 비행기를 이용하면서 초등생도 지키는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는 없고 무절제한 난동으로 타인을 괴롭히고 승무원들을 자괴감에 빠질 정도로 막돼먹은 행동을 했다는 점. 더구나 그가 미국 명문대생이라니…. 그가 정말 미국 명문대생이라면 그 대학에서 이런 반사회적이고 반윤리적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는 바로 퇴학감이다.

한국의 명문대는 부정입학도 시키고 막돼먹은 대학생이 입학해도 퇴학은커녕 교수가 거짓말도 하고 학점을 챙겨준다. 학생 대신 교수가 감방 가거나 들키지 않는 한 쉬쉬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이화여대 정유라 사건으로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던가.

미국의 명문대학교는 '미래의 지도자 양성'을 교육의 목표로 내세운다. 그 지도자는 판검사·의사 같은 껍데기가 아니라 사회에 봉사, 헌신하는 봉사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강조한다.

타인을 배려, 존중하기는커녕 비행기를 이용하면서 타인을 위험에 빠트리고 공포에 떨게 만든 일은 단 한 번이더라도 '봉사 리더십'과는 전면위배되기 때문에 한 번으로 퇴학감이다.

윤리도 정의도 사라진 명문대생의 뛰어난 머리가 위험하다. 사회의 위험한 흉기를 키우기 위해 명문대가 존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날 한국사회 사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병원이 불신받는 것은 엘리트들의 윤리의식 부재, 무책임함, 출세지향주의, 배금주의라는 자본주의의 부작용 때문은 아닐까.

기업과 사회가 인성교육을 강조하지만, 결과적으로 학교 간판이나 점수 위주로 뽑고 대우하다 보니 인성교육은 한가한 소리, 루즈의 자기변명 합리화처럼 힘을 잃었다. 더욱 인간다운 사회, 타인을 배려하는 삶, 윤리의식은 대학 강의실에서 출발, 비행기 안, 법정 안, 병원 수술실 등지에서 행동으로 나타나야 선진국 행세를 할 수 있다.

미국 명문대 졸업장 받아서 행세하려 하지 말고 대학의 건학정신, 봉사정신, 윤리의식을 배워야 부모의 값비싼 등록금 지원이 헛되지 않으리라.

자식을 키우는 처지에서 누구도 큰소리칠 수는 없지만, 교육철학과 원칙은 어느 경우에도 훼손될 수 없다. 한국명문대생의 충격적인 비행기 난동 사건은 대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또 이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가 가볍지 않다. "내 자식은 그렇지 않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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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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