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포럼 정책 토론회 "학업-운동 병행 환영하지만 회비·사교육비 이중부담"

올해부터 경남지역 전 초등학교와 일부 중학교 운동부를 학교스포츠클럽으로 전환·운영하고 있다. 엘리트 선수 위주가 아닌 학생 누구나 즐기는 학교 운동 문화, 바람직하지만 운영 한계와 운동 선수를 꿈꾸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있다.

㈔경남교육포럼은 지난 14일 경남도교육청 공감홀에서 학교스포츠클럽을 진단하고 지원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운동부 지도자, 학부모, 교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해 묻고 제안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경남도교육청이 지난 2월 발표한 '선진형 학교운동부 운영 계획' 핵심은 학교운동부의 스포츠클럽 전환이다. 3월부터 초등학교 운동부 전체를 학교스포츠클럽으로 전환했고, 중학교 일부(축구 1·야구 3팀)는 시범 운영 후 2021년에 전체를 전환할 방침이다. 고등학교는 우수 선수 학생과 스포츠클럽으로 이원화해 운영한다.

우수 선수를 조기 발굴·육성하는 체육특기자 정책(1972년)은 1988년 서울올림픽 종합 4위,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종합 7위 등 국제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이바지해왔다. 하지만 '피라미드식 선수 구조'는 학생 선수는 학업을 포기하고 운동에만 전념하도록 만들었고, 일반 학생은 운동에 소질이 있어도 접근할 수 없게 했다.

특히 체육특기생 입학 비리, 중도 탈락, 학력 저하, 승부 조작, 폭력 등 학교운동부 문제점은 사회 문제로 대두했다. 엘리트 스포츠 발전 모델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2007년 학교스포츠클럽이 시범 운영돼 양적 팽창을 이뤘다. 하지만, 실제 학생을 지도하는 지도교사 수급과 대회 인솔, 행정적 부담 등이 문제가 돼 학생들의 선택권은 제한적이다. 또 승리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지나친 경쟁으로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

이에 도교육청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학생들의 자발성 △공부하는 학생 선수 △승리보다는 즐거움 △저변 확대를 통한 엘리트 스포츠의 탄탄한 기반 조성 △학교운동부 운영비의 학부모 부담 가중 해소 등에 무게를 둔 학교스포츠클럽과 체육 특기자 제도 상생안을 '학교운동부 혁신'에 담았다.

의령여고는 농구 스포츠클럽을 운영한다. 토론자로 나온 주민언(3학년) 학생은 "고교 스포츠클럽을 보는 학부모와 선생님 시선은 부정적이었다. 학업 성적이 지난 시험보다 떨어지면 한 달 동안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없는 레드카드 규칙을 정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배움의 시기에 책임도 따라야 한다는 조언에 따라 만든 규칙이다. 재미로 농구를 시작한 친구들은 3년 연속 대회마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도민체전과 학교스포츠클럽대회 우승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학부모 대표로 토론에 참석한 거제 외포중 학부모는 학교스포츠클럽 운영을 반기면서도 우려도 했다. 서동석 씨는 "운동을 포기한 학생들은 지도자, 심판, 기록 매니저, 에이전트 등 여러 방면으로 나갈 길이 있지만 교육과 시험이 발목을 잡는다. 오랜 시간 운동을 했던 선수들이 유리한 직업군에도 컴퓨터 업무와 보고서 작성 등에 뛰어난 일반 대학 출신들을 선호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어릴 때 학업과 운동의 병행, 정서·육체적 균형은 환영한다"면서도 "자녀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때 학부모들은 사교육비와 스포츠클럽 회비 등 이중으로 경제적 부담을 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해초교 김주영 교장은 지도자 확보와 예산 지원 부족을 짚으며 학교스포츠클럽 지원 조례 제정을 건의했고, 한 중학교 교장은 학생들이 스포츠를 즐기는 데 머물지 않고 실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리그 대회를 확대해달라고 제안했다.

최병헌 도교육청 체육건강과장은 "스포츠클럽 전환 때 중학교는 각 2000만 원씩 지원하고, 내년에도 스포츠클럽 활성화 예산을 늘리는 등 지원 방법을 찾고 있다. 또 올해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역대 처음으로 학교스포츠클럽 소속 대표선수들이 출전해 선전했다. 대한체육회와 협의해 학교스포츠클럽이 참여하는 대회가 늘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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