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가 종전의 광역시 승격 운동의 수위를 낮춰 특례시 지정에 시정 목표를 맞춘 것은 현명한 방향전환으로 해석된다.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 사실상 광역단체와 맞먹는 규모지만 행정체제 개편의 장벽에 막혀 실패한 전력이 있는 만큼 성공 가능성이 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시 말해 학습효과가 낳은 실천적 전략 변경이라 할 만하다.

이번에는 수도권 3개 시와 공동전선을 펴 대정부 압박을 최대화함으로써 성공 확률을 높이겠다지만 갈 길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국회를 움직여 입법화를 관철해야 하나 기존에 제안된 관련 법안조차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정부가 발표한 자치분권 종합계획에도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지 않아 전망은 썩 밝지 못하다. 더구나 창원시가 수도권 도시들과 똑같이 단지 도시여건에만 기대 특례시 지정 전략의 합리화를 강조하는 것은 지역 정서와 문화적 동질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부를 개연성이 크다. 부산과 울산이 떨어져 나간 역사적 사실은 이미 옛일이 되었지만 이제 창원시마저 별개 단체로 옷을 갈아입게 된다면 경남의 구심점은 다시 한번 심각한 지각변동을 겪을 수 없다. 도내 타 지역 주민들이 갖게 될 상대적 상실감을 강 건너 불 보듯 해서는 특례시의 당위성을 정당화할 수 없다. 세수가 늘어나고 지방교부세가 올라가는 등 명분이 차고 넘치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창원시만의 이익이어서는 안된다. 경남도민 모두가 흔쾌히 동의해야지만 지역 간 갈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창원시는 경남도와의 협력과 이해를 통해 특례시 지정 이후 가능한 여러 경우의 수를 발췌하고 대비해야 한다. 또 상생발전의 가치를 공유하는 특단의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 중심은 주민화합이다. 지난번 광역시 승격 운동이 냉대를 받은 이유는 우호적이지 못한 여론이 한몫했음을 숨길 수 없다. 주변 지역과의 연대감을 돌아보지 않은 시 단독의 활로 모색이 부른 실패작이다. 이번에는 철저한 여론전을 통해 특례시 지정이 경남의 발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전체 도민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정치권 협력은 그다음 순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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