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스타트업 기업 활성화 도모해
지속가능한 혁신과 경쟁 이끌어야

작금에 국내 산업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최근에 불거진 미국과 중국의 유례 없는 무역전쟁으로 한국의 대미·대중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가 졸지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형국에 놓인 처지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17년도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의하면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을 이끄는 두 나라에 대한 수출 비중은 중국이 1421억 달러(24.7%), 미국이 686억 2000만 달러(11.9%)로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36.6%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수출은 반도체 의존도가 심하고 이마저도 대중국 ICT 수출로 쏠리는 경향을 보여 우려의 목소리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특히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는 중국 등 후발업체의 신규공급이 본격화하면 수출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작금의 한 치 앞을 예단할 수 없는 무역전쟁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징후가 수면에 떠오르고 있다.

안갯속 같은 세계정세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떻게 격랑을 헤쳐 나가야 할까? 작금의 불안한 세태를 반영하듯 언론에선 하루가 멀다고 현 상황에 대한 긴급진단과 대처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그중에는 중국과 미국 일변도의 수출을 다변화하고 반도체 이외에 수출을 견인할 수 있는 '포스트 반도체'품목을 발굴, 육성하는 등 우리나라 산업 전반의 생태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른다.

모두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한낱 귓가에 맴도는 공허한 메아리로만 남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이러한 주장들은 하루아침에 완성할 수 없는 오랜 시간에 걸친 힘겨운 노력과 실패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의 축적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업생태계'의 예를 들어보자. '생태계(ecosystem)'의 사전적 의미는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과 주변 무생물 환경 사이의 유기적인 상호관계로 같은 환경에 있으면서 상호의존성과 완결성을 갖춘 완전히 독립된 유기체 집단 체계를 뜻한다. 가령, 광합성을 통해 녹색식물이 생산한 에너지는 1차 소비자인 초식동물에게 전달되고 종(種)간의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food chain)을 거쳐 2차, 3차 상위포식자에게 전달된다. 결국, 하나의 완전한 생태계 안에 서식하는 모든 유기체는 복잡한 먹이사슬을 통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생산자인 녹색식물이 제공하는 에너지를 여러 유기체에 걸쳐 순환시켜 지속가능한 자연생태계를 유지한다. 필자의 생각으론 산업생태계도 이와 유사하다.

자연생태계에서 에너지 생산자인 녹색식물이 근간이듯이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를 담보하기 위해선 산업계의 녹색식물인 중소(벤처)기업 및 스타트업(start-up)기업의 활성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이들 뿌리기업이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여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기술을 협업과 경쟁을 통해 마음껏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혁신과 경쟁의 장(場)' 토대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말이 있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우리나라 산업계 전반에 적자생존과 건강한 먹이사슬 규칙이 지배하는 지속가능한 '혁신과 경쟁의 장' 구축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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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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