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창원조각비엔날레] 3인의 작품·정신 살펴보는 특별전
'자연 그대로'를 중시한 조각가
대칭·균형·조화에 몰두하다
재미 작가의 굴곡진 삶과 작품

지난 4일 개막한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불각(不刻)의 균형'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창원 출신 조각가 김종영(1915∼1982)과 문신(1923~1995)의 철학을 사유하고 조각비엔날레를 여는 도시 창원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주제로, 김종영의 정신을 함축하는 '불각'과 문신의 상징인 시메트리(좌우대칭)의 '균형'에서 따왔다.

한국 1세대 추상 조각가인 두 선생의 작품을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특별전에서 볼 수 있다. 또 한국 출신 뉴욕 거주 제1세대 화가로 회자하는 김보현(1917~2014·영어이름 포 킴)의 특별전도 마련됐다.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에서 한국 근현대미술을 이해하는 데 주요한 기점인 도내 출신 1세대 작가들을 새로운 작품과 시각으로 만날 수 있다.

성산아트홀 2층서 열리고 있는 김종영 특별전.

◇수많은 자화상을 남긴 김종영 = 비엔날레 본 전시(실내전)가 열리는 성산아트홀 2층,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되는 전시장이 하나 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영상 소리를 들으며 반짝이는 작품을 보다, 아주 단정한 글, 조각과 마주하게 된다. 바로 김종영 특별전 '불각도인, 자연을 새기다'전이다.

김종영은 창원에서 태어났다. 현재 의창구 소답동에 김종영 생가가 있는데 이원수(1911 ~ 1981) 작가의 노랫말에 나온 '꽃대궐'의 배경지로 알려졌다.

그는 일생 '불각의 미'를 숭상했다. 현대 조각에서 조형성을 중시하는 것과 달리 작가의 정신적 태도를 중시하는 동양 사상을 바탕으로 한다. 이는 전시장에 내걸린 서예 '장자 외편 천도' 등에서 엿볼 수 있다. 도를 깨치기 위한 연구 대상은 늘 자연이라고 말하는 선생의 예술관을 짐작하게 한다.

전시장에는 익숙한 작품도 여럿이다. 특히 자화상과 자각상이 돋보인다.

선생은 동시대 작가 중 자화상을 많이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선생이 추구한 가치관과 맞물린다. 끊임없이 자신을 타자화해 관찰하며 스스로 성찰했다.

그의 '자각상(1971년 작)'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무와 돌을 깎되 깎지 않은 것(불각)처럼 원래의 자연물 상태로 있기를 원했던 선생의 작업세계에 놀란다.

이번 특별전에서 조각 작품의 모티브가 된 여러 드로잉을 만나는 것도 큰 기쁨이다.

박춘호 서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한국미술사에서 시대와 미술을 통찰한 작가다. 조각의 지평을 자연으로 확장시킨 선생의 작품을 창원조각비엔날레에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포항서 옮겨온 문신 작 '올림픽1988'.

◇"문신의 대칭성은 자연" =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는 문신 특별전 '생명의 형상-Symmetries(균형)', 김포&실비아 특별전 'Solace in Nature(자연 속 위안)'이 개막했다.

창원시립문신미술관 1전시관 앞, 못보던 작품이 떡하니 서 있다. 문신의 '올림픽1988'이다. 이 작품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위해 제작한 25m 스테인리스 조형물의 연작으로 포항에 설치된 것을 옮겨왔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임수미 큐레이터는 문신의 작품을 새롭게 큐레이팅하면서 작가가 추구한 대칭성을 제대로 들여다봤다고 했다.

전시장은 크기가 작은 조각품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원과 선이 반복되는 3차원 형태와 리듬을 갖춘 작품은 크기와 상관없이 그대로의 위엄을 여전히 뽐냈다.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에 영구 설치작 'Intention(의도)'를 내놓은 폴 샬레프(미국) 작가는 "놀랍고 훌륭하다. 그의 대칭은 또 다른 자연을 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 조형작 2개를 하나의 작품으로 선보인 폴 샬레프 작가도 둘의 대칭과 균형을 중시한다. 그는 문신을 알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임수미 큐레이터는 "문신 작품 앞에 설 때마다 느끼게 되는 감흥과 즐거움의 시작을 꿈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실비아 올드 작 'Royal Headdress'(왼쪽)와 김보현 작 'New Life'.

◇기억해야 할 1세대 작가, 김보현 = 1전시관 맞은편 2전시관에는 화사한 색감의 회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문신미술관에 안 왔으면 어찌할 뻔했어. 성산아트홀에서 넘어오길 잘했다."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 개막에 맞춰 열린 작품 투어 날, 여기저기서 김보현 선생을 알아보는 관람객들은 저마다 작은 탄성을 내질렀다.

국내에서보다 미국에서 더 잘 알려진 김 화백은 1955년 한국전쟁 후 정치적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떠났다. 한국에서 경험한 죽음의 공포와 고향을 떠나온 상실감은 선생에게 또 다른 작업 동력이 되어 여러 작품을 탄생하게 했다. 어두운 추상화들이다.

그러다 2000년에 들어서 작품이 한결 밝아진다. 아내이자 미국 현대미술의 중요 인물로 거론되는 실비아 올드(Sylvia Wald·1915~2011)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녀의 선 작업이 선생의 캔버스에 들어오기도 한다. 특히 선생이 타계한 그해의 작품은 꿈에서 봤던 이상향처럼 아름답다.

또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실비아 올드의 작품도 자세히 보게 된다. 석고와 철선을 이용한 조각품은 아주 섬세하다.

2018 창원조각비엔날레를 기획한 창원문화재단은 이번 전시를 위해 미국 '포킴 앤 실비아올드 재단'과 광주 '김보현 실비아올드 미술관'에서 작품을 가져왔다.

창녕 출신 미주 1세대 화가 김보현을 알고 기억함은 이번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추구하는 지역의 예술성과 잘 맞다.

모든 전시는 10월 14일까지. 무료입장. 문의 055-268-7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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