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격선수권대회를 만드는 사람들
원활한 교통흐름 숨은 주역들
뙤약볕에 차량회차·주차관리
"대회 성공 마무리 위해 합심"

워낙 순식간에 지나가다 보니, 미처 그 소중함을 잊을 때가 있다. 부쩍 짧아진 봄과 가을, 붙어 있기만 해도 좋은 신혼생활, 점점 더 멀어져가는 청춘이 한 예라면 예.

범위를 좁혀, 행사장에서도 이 같은 존재가 곳곳에 있다. 차를 탄 사람 처지에서는 기껏해야 2~3초 이들 곁에 머물지만 그 짧은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지진 않을까, 내가 필요한 사람은 없을까 하며 온종일 예의주시하는 사람들. 주차관리 요원이다.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온종일 아스팔트 위에서 땡볕·매연과 씨름하는 이들 덕분에 이번 대회는 더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었다.

서만호 마산동부모범운전자회 회장.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 마산동부지회(회장 서만호)도 그들 중 하나다. 대회 기간 마산동부지회를 비롯한 창원 내 5개(창원중부·창원서부·진해·마산동부·마산중부) 모범운전자회는 대회장과 임시주차장 주차관리·차량 회차 등에 힘쓰고 있다. 창원실내체육관에서 개회식이 열렸던 지난 1일에는 5개 지회가 총출동하기도. 이후 이들 지회는 길게는 5일씩, 짧게는 이틀씩 대회장에서 봉사 중이다.

서만호(63) 회장은 "보통 창원이면 창원, 마산이면 마산 등 행사가 열리는 지역에 따라 그 지역 지회만 지원을 나가는 편"이라며 "하지만 국화축제라든지, 진해군항제라든지 규모가 큰 행사에는 모든 지회가 힘을 합치고 있다. 지역을 넘어 세계적인 축제인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11·12일 대회장 지원을 맡은 마산동부지회에서는 총 16명의 모범운전자가 파견 나왔다. 이들은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주차장 곳곳과 길목에서 운전자를 도왔다. 방문객에게 옳은 길을 안내하고 사고예방에 앞장서는 것도 이들 몫. 서 회장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대회장에 머문다"며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나서부터 일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대회장을 오가는 외국인 선수단이나 시민이 '고생한다'며 말 한마디라도 건네면 금방 또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물론 마냥 친절하고 협조적인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대회 특성상 관람객 차량은 주경기장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음에도 회차를 거부하는 등 고집을 피우는 이가 가끔 있다. 서 회장은 "물론 대부분 시민이 협조적"이라면서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게 다같이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산동부지회는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NC 홈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10여 명의 모범운전자를 지원한다. 고령자가 점점 늘어가는 걱정을 안고 있지만 당장은 맡은 일에 정성을 쏟고 싶다는 게 서 회장의 말. 일상에서 혹은 특별한 날이면 서슴없이 도로에 서는 이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좀 더 안전한 건 아닐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