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자치분권 종합계획안'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종합계획안은 말 그대로 추상적인 선언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종합계획안이 애초 만들어질 때부터 광역지자체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못하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제에서 지방분권의 방향으로 제도를 변화하려고 할 때 가장 관심을 받는 부분은 재정, 인사 및 조직의 권한 문제이다. 지자체의 독립재정이 불가능한 현행 재정분배 방식을 방치한 채 지방자치제를 강화한다는 주장은 애초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국세·지방세 비율 조정은 현재 8:2로 나누고 있는데, 이를 당장은 7:3 정도로 조정해야 한다는 게 지자체의 주문이다. 물론 행안부가 주도적으로 만든 자치분권 종합계획안에서도 1단계에서 7:3으로 조정하고 추후 6:4로 분배한다는 말은 있다. 하지만 국세와 지방세를 어떻게 바꾼다든지 혹은 부가가치세, 지방소비세 및 지방소득세의 규모를 어떻게 한다는 세부적인 내용은 전혀 없다. 사정이 이러니 지자체로선 도대체 무얼 보고 믿으며 앞으로 어떻게 하자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 종합계획안에는 지방의회가 자치입법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 관해선 조례는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더 나아가서 자치조직권 확대 요구에 대해선 자치단체의 기구설치 기준을 합리화해 지역의 다양한 행정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구체적인 세부 실행계획이 빠진 종합계획안을 무조건 신뢰하기는 곤란해 보인다. 종합계획안이 중앙정부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이라도 광역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다른 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지방분권의 시간이 약간 지체되는 정도는 얼마든지 양해가 된다. 지역의 이해관계에 매몰된 개별 광역지자체가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것보다 힘이 들더라도 하나 혹은 두세 개의 안이라도 만들어서 중앙정부와 논의를 통해 지방분권 로드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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