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공사대금 제때 못 받아 하소연
통영시 중재자 아닌 적극적 개입 필요

알다시피 통영은 바다를 활용한 조선업과 관광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하지만 지금 그 한 축인 조선업은 몰락하고 그나마 관광산업이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실정이다. 통영시가 지난 6월 연화도와 우도를 연결하는 보도교를 완공한 것도 이런 이유일 테다.

총사업비 98억 원을 들인 이 보도교는 불교 성지로 유명한 연화도 불교테마공원 조성사업과 찾아가고 싶은 섬 우도 조성사업을 연계한 정부 시책사업에 선정돼 놓였다. 이런 연유로 완공 이후 보도교를 찾는 관광객은 넘쳐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 달간 방문객은 3000명에 불과했으나 올해 7월에는 1만 5330명이 찾을 정도로 관광객이 북적이고 있다.

그런데 이 다리가 '눈물의 보도교'란 오명을 쓰지 않을까 우려된다. 통영시가 발주한 이 보도교는 원청사로부터 1차 도급받은 업체가 공사를 담당한 업체 등에 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장 노동자들의 든든한 끼니를 담당했던 '함바집'마저도 밀린 밥값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돈을 받지 못했다는 이들은 중장비업체부터 운수업, 식당 등 70여 곳으로 8억여 원이나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피눈물로 완성된 보도교란 오명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사를 맡았던 피해업체 사장들은 한결같이 '관급공사'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비록 1차 도급업체로부터 일감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긴 했지만 통영시가 발주한 공사였기에 최소한 '돈을 떼일 염려는 없다'는 믿음이 있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 중에는 지난해 7월 원도급사의 직불관리 이후 공사를 맡았는데도 원도급사가 밀린 대금을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은 이제 통영시에 원망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발주자로서 시가 공정별로 원청사에 대금을 지급했다지만 이 돈이 실제 공사를 맡은 업체나 함바집에 제대로 전달됐는지 관리할 책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시청에서 시 담당 공무원과 원청사인 삼미건설, 피해업체 대표 등이 한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시는 문제해결 의지보다는 중재자 역할에만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이들 주장처럼 시에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시가 '업체 간의 문제라 개입할 여지가 좁다'며 중재자 역할에 머문다면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밀린 대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흐지부지된다면 '영세 업체의 피눈물로 지어진 보도교'라는 오명은 앞으로 꼬리표로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결국, 피해업체 사장들이 마지막으로 매달릴 곳도 통영시다. 만약 이들이 관광객의 보도교 통행을 막아서기라도 한다면 전국적인 망신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 추석이 코앞이다. 이번 추석에 도내 업체 몇%가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라는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상여금은 아니지만 통영시가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 피해 업체 대표와 그 가족이 행복한 추석을 맞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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