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식당 차림표처럼 가욋일 많은 교사
교육 본질 충실하려면 메뉴 단순화해야

다시 눈부신 가을입니다. 책 읽기도, 여행하기도 좋은 계절. 둘 다 좋지만 저는 여행이 더 좋습니다. 구절초, 물매화 꽃 보러 산으로,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예쁘게 피어난 해국 만나러 동해안으로도 가야 합니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집니다.

물론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는 맛집 탐방입니다. 그 지역에 사는 지인이 추천해준 맛집으로 곧장 갈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동네 정보가 부족할 때는 '대략난감'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칫 잘못 골랐다가 낭패 본 경우가 여러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럴 땐 감(?)으로 찾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집이 최고 맛집일까?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는데 제 경우는 단순한 차림표를 첫 번째 조건으로 여깁니다. 그동안 경험에 비춰볼 때 한두 가지 차림표로 승부 거는 식당은 맛집일 가능성이 큽니다. 두 번째 조건은 건물 바깥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정성스레 꽃 가꾼 집이면 음식도 맛있게 차려줍니다. 가을 느낌 물씬 풍기는 예쁜 과꽃이라도 피어있다면 십중팔구 맛집입니다. 문 열고 들어갔는데 반갑게 인사해주는 집이면 금상첨화입니다. 물론 영혼이 담긴 인사인지 건성으로 하는 인사인지는 표정으로 다 읽힙니다.

맛집 조건이 그렇다면 '맛있는 학교'는 어떤 학교일까요? 좋은 학교, 행복한 학교의 조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맛있는 식당이 손님 입맛 맞추어 고객 맞이하듯 교사들은 학생들 입맛 생각하며 방학을 이용해 다양한 연수를 받습니다. 아이들에게 질 좋고 맛있는 교육 밥상 차려주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넷 강의로 진행되는 온라인 연수도 있고, 현장 찾아가는 오프라인 연수도 있습니다. 국내 사례뿐만 아니라 국외 사례까지 여러 교육 기관과 '교육 식당'들 둘러봅니다. 그리고 우리 학교와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늘 고민하며 현장에 적용해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시행착오도 제법 겪습니다. 어느 곳이나 그렇듯 이론과 현실의 괴리는 늘 있게 마련입니다.

이렇게 학교에서 '교육 식당 차림표' 준비하다 든 생각입니다. 맛있는 식당과 '맛있는 학교'가 되는 비결. 알고 보면 생각보다 간단하고 단순합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수많은 맛집처럼 학교도 차림표가 좀 더 단순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요즘 학교는 마치 모든 음식 다할 수 있다며 자랑하는 식당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내미는 차림표가 생각보다 많고 복잡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 마을이 해야 할 역할, 어른들이 해야 할 역할까지 모조리 학교가 떠안습니다. 물론 그 역할들이 엄격히 구분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압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학교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교사가 준비해야 하는 역할이 너무 많습니다. 심하다고 느껴질 때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있는 선생님들은 늘 바쁩니다. 교육 본질에 충실하기보다 차림표만 많은 식당처럼 온갖 가지 메뉴 준비에 시간 뺏길 때가 더 많습니다.

그토록 많은 차림표나 교육 방법뿐만 아니라 천편일률적인 학교 건물과 교실 환경도 좀 더 다양하게 바뀌었으면 합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학교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좀 더 깊이 있게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렵지 않게 현재 주어진 환경을 예쁘게 꾸미고 가꾸는 방법도 있습니다. 화단에 심는 꽃 하나, 나무 한 그루도 신중하게 고르고 정성 들여 키워가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단 얘기입니다.

아침 일찍 학교에 들어서는 아이들에게 함박웃음 가득한 해바라기가 반겨주는 학교, 가이스카 향나무 가득한 화단 대신 노랗고 빨갛게 감과 대추가 익어 가는 학교였으면 좋겠습니다. 조그만 연못가에 나비 날아와 연꽃 위에 살포시 앉는 모습 볼 수 있는 학교였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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