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에 역사 관련 사업 다수
문화·관광 콘텐츠화에 관심
대립적 사안 균형감각 주문도

허성무 창원시장의 남다른 지역 역사 사랑이 주목받고 있다. 시민이 자랑스러운 지역사를 기억함으로써 공동체적 구심으로 삼도록 만듦과 동시에 이들 자원을 활용한 시정 콘텐츠 개발을 적극 모색하고 있어서다.

이는 허 시장 행보와 발언 곳곳에서 확인된다. 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정리한 세부공약 사항에는 유독 역사 관련 사업이 많다.

△민주성지 창원 정체성 회복 △4·3삼진의거 기념관 건립 △산업·노동역사박물관 건립 등이다. 이 중 '민주성지 창원 정체성 회복'은 △민주화 운동 기념관 건립 △민주주의 문화대전 개최 △10·18 국가기념일 추진으로 세분화돼 있다. 특히 4·3삼진의거 기념관 건립은 애초 선거 공약에 없었으나, 당선 후 허 시장과 인수위가 그 필요성에 공감해 추진 계획을 새로 세웠다.

지난 7월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소녀상인 인권자주평화다짐비 명판식에 참석한 허성무 창원시장. /경남도민일보 DB

창원시는 이들 공약을 적극 추진할 민관 협의체인 '창원시 근현대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도 구성했다. 추진위는 2019년이 마산항 개항 120주년, 3·1독립만세(4·3삼진의거) 운동 100주년, 부마민주항쟁 40주년을 맞는 해인 점에서 관련 주요 기념사업을 기획·추진해 시민 자긍심을 드높이는 역할을 한다.

허 시장 관심은 일제하 항일 독립운동, 독재 저항과 민주화 운동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지난 5일 진해 웅동중학교 한국전쟁 학도병 참전유공자 명비 제막식을 찾았다. 이날 특별 강연에서 "참전 용사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해야 한다"며 "나라 사랑 정신을 드높이는 보훈 문화가 정착되도록 창원시만의 다양한 시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7일에는 관내 17개 보훈단체장과 간담회를 하고 보훈 선양 사업 발굴·추진에 함께 힘 모으기로 했다.

마산 진전면 양촌리(대정마을) 출신인 허 시장은 어려서부터 4·3삼진 의거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특히 양촌리에는 의거 때 순국한 8의사 묘역이 있어 일제 저항과 독립 정신을 자연스레 체득할 수 있었다.

허 시장 동네에서 직선거리로 4㎞ 떨어진 여항산은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을 두고 미군과 인민군이 치열한 고지전을 벌인 지역이다. 중·고교 재학 시절에는 젊은 선생님들로부터 3·15의거에 서린 마산 저항 정신을 배웠다. 마산중앙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9년에는 부마민주항쟁을 직접 목격했다. 부산대 재학 중에는 부산 미문화원 점거를 시도하다 구속돼 고문을 당했다. '역사 중시 시정'은 이들 경험에서 우러난다고 볼 수 있다.

허 시장은 이 같은 역사 자원을 문화 콘텐츠화하고, 이를 관광에 접목하는 데 관심이 많다. 그는 지난 3일 파워블로거 초청 SNS 간담회(이하 블로거 간담회)에서 "창원시에는 일제하 독립운동, 민주화 운동, 의병 운동 등이 전국 어디보다 치열하게 일어났으나 이 사실이 전국에 보편화하지는 못한 실정"이라면서 "창원 관광 미래는 이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에 있다"고 밝혔다. 창원 문화콘텐츠 허브 역할을 할 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 기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허 시장은 "(신임 대표이사 선임에 있어) 창원이 지닌 훌륭한 역사 자원을 다양한 형태로 콘텐츠화할 수 있는 역량을 지녔는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문화·관광자원으로서 역사를 강조하는 데 따른 부작용도 있다. 최근 "이은상도 잃었다" 발언 논란이 한 예다. 

그는 블로거 간담회에서 역사적 논란이 있는 진해 세스페데스(임진왜란 때 왜군과 함께 처음으로 조선 땅을 밟은 스페인 신부) 공원을 두고도 "긍정, 부정 견해가 엇갈리나 부끄러운 역사도 콘텐츠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서로 다른 관점이 대립하는 역사적 사안 앞에 허 시장이 어떻게 균형을 맞춰 나갈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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