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인상여의 대답에 조왕은 다시 물었다.

“진왕이 과인의 화씨벽만 챙기고 성시(城市)는 돌려주지 않을 것 같으니까 하는 얘기 아니겠소.”

“진나라가 먼저 벽과 성시를 교환하자고 말했으니, 만일 우리 조에서 그 조건을 거절하게 되면 잘못은 조나라에 있게 됩니다. 대신 조에서 벽을 주었는데도 진이 성시를 내주지 않으면 잘못은 진나라에 있게 됩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자는 얘기요?”

“두 계책 중 오히려 벽을 주어버리는 계책을 선택함으로써 잘못을 진나라에 지우는 편이 낫다고 판단됩니다.”

“결국 가만히 앉아서 벽만 빼앗기는 결과가 되겠구려.”

“일단 사신을 보내보시지요.”

“그토록 어려운 심부름을 과연 누가 하겠소?”

“마땅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되신다면 저를 사신으로 보내십시오.”

“그대가?”

“성시가 조나라로 들어오면 벽을 진에 두고 올 것이고, 진이 성시를 주지 않으면 벽을 다시 조나라로 가져 오겠습니다.”

“그 조차 자신은 없고, 다른 묘수도 보이지 않으니, 일단 그대가 가 보시오.”

그렇게 되어서 인상여는 화씨벽을 받들어 진나라로 건너갔다.

진나라 소양왕은 높은 용상에 앉아 인상여를 거만하게 굽어보았다.

“그래, 화씨벽을 가지고 왔소?”

인상여가 벽을 받들어 진왕께 올리자 진왕은 입이 째지게 기뻐했다.

“오, 과연 천하의 보물이로구나!”

좌우에선 만세 소리까지 들렸다.

진왕은 자기 손으로 직접 벽을 쓰다듬으며, 좌우의 군신들과 궁녀들에게도 만져보도록 했다.

모두들 벽에 정신이 팔려 인상여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누구의 입에서도 15개의 성시를 가져가라는 말은 없구나!’

인상여는 혼잣말로 중얼거리고는 진왕 앞으로 썩 나섰다.

“하지만 대왕, 어떤 옥에라도 티가 있게 마련이지요.”

깜짝 놀란 진왕은 벽을 다시 찬찬히 살펴본 후에 말했다.

“과인의 눈에는 어떤 흠집도 보이지가 않소. 완벽(完璧)하오!”

“이리 주어보십시오.”

인상여는 용상 위로 올라가 벽을 돌려받더니, 뒷걸음쳐서 물러나 궁중 기둥에다 몸을 기댔다.

모두들 무슨 말을 하려는가 하고 인상여의 짓거리만 멀건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 때 인상여는 머리카락이 치솟아 관을 찌르도록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잘 들으시오! 대왕께선 벽을 얻을 욕심으로 사자를 시켜 우리 조왕에게 서신을 보냈습니다. 그 때 조나라 군신들은 한결같이, “진나라는 자신의 강함만 믿고 속임수로 벽만 차지한 뒤 성시를 보상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인이 언제 그렇게 대답했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