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격선수권대회를 만드는 사람들
"손녀와 말하려 배운 영어 제대로 써먹어"
동네서 열린 대회 자원봉사
"외국인과 대화 즐거운 추억"

윤미애(61·사진 가운데) 씨에게 창원국제사격장은 '내 집' 같은 곳이다.

사격장이 위치한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에서 20년 넘게 사는 그는 수시로 이곳을 드나들었다. 봄이면 벚꽃이 활짝 핀 사격장 옆 운동장을 걸었고 밤이면 운동 삼아 사격장을 오르내렸다. 약수를 뜨러 정병산 길목인 이곳을 찾기도 수백 번. 친근한 그 장소에서 세계적인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누구보다 반가웠고 뿌듯했던 그다.

미애 씨는 그 반가움을 도전과 참여로 바꿨다. 캐나다로 시집간 딸을 위해, 손녀와 원활히 소통하고자 시작한 영어 공부 목표를 사격대회 참여로 확대했다. 2년가량 이어온 노력은 곧 성과로 나타났다. 면접을 거쳐 이번 대회 자원봉사자로 당당히 뽑힌 것. 현재 미애 씨는 조직위 문화행사팀 일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역 주민으로서 뜻깊은 대회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영광인지 몰라요. 올해 회갑을 맞았는데 대회장에 와서 보니 자원봉사자 중 제가 거의 제일 선임이더라고요. 살짝 부담이 되면서도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기분이 들었죠.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은 이번 대회 소중함을 더 키웠고요."

미애 씨가 속한 문화행사팀은 야외 공연과 포토 키오스크·페이스페인팅 부스 운영 등을 담당하고 있다. 공연장 정비와 사진 촬영 안내, 페이스페이팅 스티커 배포·부착 등이 주요 업무. 맏언니 미애 씨를 포함한 6명의 팀원은 오전 9시~오후 5시 서로 도와가며 맡은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많을 때는 하루 200~300명이 부스를 찾았어요. 그럼에도 더위와 싸움 외에 딱히 힘든 점은 없었어요. 세계 각국 사람과 대면하며 소통할 수 있다 보니 오히려 즐거웠죠. 그동안 갈고닦은 영어를 더 자주 써먹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라니까요."

문화행사팀이 담당하는 부스에서 단연 인기를 끄는 건 이번 대회 마스코트인 에이미(Aimy) 스티커다. 미애 씨 말에 따르면 특히 외국인 선수단에 인기가 좋다고. 사격장과 진해 벚꽃 등을 배경으로 찍는 사진 부스도 문전성시다. 끊이지 않는 손님(?)에 자칫 지칠 만도 하건만 미애 씨와 팀원들은 늘 환한 웃음으로 이들을 맞는다. 그 과정에서 미애 씨는 평생 간직할 이야깃거리도 여럿 만들었다.

"대회 3일 차였나, 비가 내리던 날이었어요.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단 중 한 명에게 아쉬움을 담아 '비가 온다'며 말을 걸었더니 그분이 '한국 날씨 정말 좋다. 우리나라는 지금 40도쯤 됐을 것'이라며 화답하더라고요. 사소하지만 즐거운 경험이었죠."

대회 기간 내 쌓아온 추억을 바탕으로 미애 씨는 대회 마지막 날까지, 그리고 대회가 마무리되고 나서도 사격 애정을 지켜갈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미애 씨는 바람을 남겼다.

"얼마 남지 않은 대회, 더 많은 시민이 대회장을 찾아 즐겼으면 해요. 다양한 인종이 어울리는 이곳에서는 사람 구경만 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거든요. 아, 우리나라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은 캐나다 선수단도 좋은 성적 거두고 돌아갔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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