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쏟아지는 각종 행사 정상일까
지지율 하락 등 조급증 산물로 보여

요즘 청와대 돌아가는 걸 보면 숨부터 가쁘다. 급박하게 요동치는 남북 관계도 그렇지만 굵직굵직한 대규모 회의 또는 행사, 이벤트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 관련 장관이 대거 참석한 지난달 29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필두로, 민선 7기 시도지사 간담회(8월 30일), 데이터경제 활성화 규제혁신 현장방문(8월 31일), 당·정·청 전원회의(9월 1일), 국민생활 SOC 현장방문(4일), 포용국가 전략회의(6일) 등이 열흘 새 집중됐다.

짐작하겠지만 이런 이벤트 하나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인력·비용·시간은 상당하다.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만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10여 명과 이낙연 국무총리 및 각 부처 장관 18명,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및 수석보좌관 전원이 자리했으니 최소 수백 명이 관여됐다고 보는 게 맞다. 물론 그 대부분은 행사장 설치하고, 회의 주제·자료 다듬고, 참석자 체크하고, 경호·의전 점검하고, 음식 준비하고, 전화 걸고 메시지 날리고 복사하고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을 청와대 직원들이다.

문제는 투입 대비 산출이다. 불필요해 보이는 행사는 일단 없다. 하지만, 좀 야박하게 들리겠지만 대통령과 17개 시도지사가 '일자리 간담회'를 하면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나? 국회의원, 장관, 청와대 수석 다 불러 '포용국가 전략회의'를 하면 서민들 삶이 확 펴지나?

물론 국정 책임자들끼리 소통 폭을 넓히고, 국민과 관계 기관·기업 등에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비전을 천명하고,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나 이걸 꼭 거창한 이벤트를 통해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단체 카톡방 만들어서 수시로 의견 나누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은데. 어쨌거나 요즘, 비슷비슷한 행사가 너무 많다.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반전이 절실한데 사실 마땅한 수단이 없다. 예산 투입이나 장관 교체 등은 금방 효과를 보기 어렵고 그러니 각종 이벤트를 기획해 대통령이 놀고 있지 않음을, 열심히 뛰고 있음을 '홍보하고자' 한다.

이런 딜레마는 비단 현 정부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선거 때마다 무엇을 해주겠다, 바꾸겠다 약속을 쏟아내지만 세상 일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 대통령 후보 스스로 '메시아'라도 재림한 양 굴지만 현실은 청와대라는 '작은 섬' 하나가 바뀌었을 뿐이다.

어차피 떨어질 지지율이었고 억지로 애쓴다고 올라갈 지지율이 아니다. 국민 눈은 속일 수가 없다. 아마 대다수가 근래 넘쳐나는 청와대발 이벤트를 보며 대통령이 뭔가 조급하구나, 초조하구나, 안풀리는구나 대번 느낄 것이다. 지지율 상승에 조금도 도움될 게 없는 정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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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잘하고 싶은 마음 이해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다. '무엇을 할까'보다는 '하면 안될까'를 더 많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반대 의사를 이미 밝혔음에도, 사전 교감 없이 야당에 불쑥 제안한 '남북정상회담 동행'도 영 아니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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