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시민사회부 기자로 지낼 때는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자의든, 타의든. 기사를 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목소리가 있었고, 섭섭하고 야속하여 마음이 언짢은 목소리도 있었다. 그 모든 되먹임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문화체육부 기자로 지내면서도 현장의 목소리는 빠짐없이 듣고 있다. 문화예술계 종사자, 기관 관계자, 전문가 의견 같은 것들.

그러면서도 무언가 빠진 듯한 기분을 지우기 어려웠다. 사회부 기자 때 썼던 기사에 곧잘 달리던 독자의 댓글이나 반응이 최근 들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비평·예고 기사 같은 일방적인 글만 쓰는 데 빠져 소통은 없이, 젠 체하고 있었던 것이 원인이지 않을까. 정작 들어야 할 관객, 독자의 목소리를 가까이 두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겠다.

지난 7일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제4회 김해 재즈 콘서트가 열렸다. 본사에서 주최한 공연이어서 취재에 나섰지만, 이날은 공연장을 찾은 관객 목소리를 듣는 데 오롯이 집중했다. 현장에서 한 관객이 공연 예고 기사를 봤다며 궁금한 점이 있다고 했다. 왜 영어로 된 곡명을 모조리 한글로만 풀어썼느냐고.

되도록 한글을 쓰려는 의도라고 설명은 했지만, 깜빡하고 한글로 풀어쓴 곡명 뒤에 괄호를 치고 영어 곡명을 적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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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을 빌려 그때 질문한 독자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소중한 되먹임이 없었다면 잘못을 알아채지 못했겠다. 덕분에 기억이 났는데, 예전에 취재노트에 이런 말을 쓴 적이 있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질책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무관심보다 견디기 어려운 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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