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 만든 지방분권과 관련된 종합계획안이 11일 국무회의에 상정되어 의결됐다. 하지만 지방분권 운동을 주도해 온 관련 단체들은 행정안전부가 실질적으로 주도한 이번 계획안을 두고 날카로운 비판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당시부터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천명했다. 이에 따라 현 정부가 주도하는 지방분권 사업은 적어도 지방분권의 역사적 계기를 마련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높았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종합계획안을 두고 알맹이가 전혀 없는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제의 수준을 높이려면 지방재정권, 자치입법권과 자치조직권에서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수준을 바꾸는 기본 뼈대인 세 영역에 대해선 구체적 지침없이 오로지 기존 법률 내에서 지방자치단체에 권력을 이양할 수 있다는 행안부의 원론적인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지방분권을 할 마음이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행안부 처지에선 지방자치제의 골격을 바꾸려면 적어도 개헌이 선행되고 나서 지방자치와 관련된 법률들도 수정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프레임 대결은 지방분권을 거부하는 기득권의 태도일 수밖에 없다.

먼저 자치분권위원회는 종합계획안을 수립하기 이전에 행안부 중심의 안과 지자체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안들을 구체화하여 이후 공론화 과정에서 세부논의가 필요한 대립적인 내용들이 무엇인지 알리고 부각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중앙집중이라는 이름표를 달면 결코 악이 아니듯이 지방분권이 무조건 선일 수는 없다. 즉, 중앙정부로 권력이 집중될 필요가 있는 영역이 있는 반면, 지자체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부문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지방자치제를 한 단계 끌어 올리려면 독립적인 지방재정을 어느 정도 허용할지와 자율적인 자치입법과 조직은 어떤 수준으로 정할지 하는 내용은 거친 수준이라 하더라도 제출되어야 한다. 이런 구체적 내용도 밝히지 않은 채 지방분권이라는 거창한 구호만 읊조리는 건 지방분권을 거부하고 방해하는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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