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정치권 잇단 추진에 소비자 분양가 잡기 기대
건설업계 반대 속 경남업체들 "지역 선별해 적용해야"

'분양원가 공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일반 시민들은 '부풀려진 분양가 정상화'를 기대하는 반면, 건설업계는 '영업 비밀 노출'과 같은 반대 논리를 펴는 양상이다. 다만, 지역 건설업계는 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분위기다. 이 또한 '수도권 집값 잡기 대책'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불편하다는 것이다.

'분양원가 공개'는 건설업체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을 공급할 때 들어간 공사원가를 드러내는 제도다. 이는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분양 때 공사원가 부풀기로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에서 출발했다.

가까운 예로 김해 장유지역 부영아파트 6개 단지 주민은 "건축비가 실제 투입된 것보다 부풀려져 분양가에 반영됐다"며 부영주택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법원은 2심에서 반환액·대상 규모 면에서 축소하기는 했지만, 일부 주민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공공사업에서 61개, 민간사업에서 7개 분양원가 항목을 공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공공사업은 12개 항목으로 줄었고, 민간사업은 모두 없어지며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경기도는 △계약금액 10억 원 이상 공공건설공사 원가 공개 △경기도시공사 분양 일반아파트 공사원가 공개에 나섰다. 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7일 경기도시공사에서 발주한 10억 원 이상 건설공사 가운데 민간 참여 분양아파트 5건의 건설 원가를 공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이를 분석했는데, 분양 건축비가 실제보다 26%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84㎡(33평) 기준으로 보면, 분양가가 실제보다 4400만 원가량 더 비싼 것이다.

이에 서울시도 분양원가 공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도 나서고 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분양원가만 제대로 공개해도 집값 거품 가운데 30%는 잡을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최근 연일 '분양원가 공개'를 이슈화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3월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현재 12개에서 61개로 확대'하는 것을 뼈대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에서 막혔다. 당시 법사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과잉 규제'를 주된 이유로 들어 반대했다.

이와 관련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공공사업 분양에 대해 원가 공개 항목 확대 뜻을 나타냈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 연장선에서 원가공개가 추진되는 분위기다.

경남지역 건설업계는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영업 비밀 노출'과 같은 내용보다는, 지역 관점에서 불편한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도내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가 지금까지 각종 규제책을 내놓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공급 측면에서 민간을 압박하기 위한 우회적인 규제책을 내놓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이다. 반면 경남같이 이미 침체한 곳은 심리적 위축까지 가중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서울과 사정이 다른 지역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 분양원가 공개 문제도 수도권·투기과열지구 등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지역 업계의 이런 반응과 달리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것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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