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문 없고 출입구 좁아
휠체어 화장실 진입 '진땀'
시각장애인 점자블록도 없어
시 "지적받은 부분 개선"

350억 원을 들여 만든 창원국제사격장은 비장애인만을 위한 공간일까? 장애인들은 이동권뿐만 아니라 사격대회 관람조차 쉽지 않은 구조라고 비판했다.

창원국제사격장은 창원시가 지난 2년간 총 사업비 350억 원을 투입해 증·개축을 마친 최신식 사격경기장이다. 동선이 짧아 이동이 원활하다며 선수단과 관람객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비장애인에게 한정된 이야기다.

11일 오전 남정우 장애인권익옹호단체 삼별초 대표와 함께 창원국제사격장을 둘러봤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경기장 입구부터 대회장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 남정우 장애인권익옹호단체 삼별초 대표가 11일 창원국제사격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창원국제사격장 장애인 관련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하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혔고 종합안내소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사 지원도 안 되는 등 장애인 접근성이 떨어졌다. 흔한 점자블록도 하나 없어 시각장애인은 길을 찾을 수 없었으며 창원홍보관과 식당으로 가는 길에 놓인 장애물 때문에 활동보조인이 없는 한 장애인들은 출입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뿐만 아니라 기본권 중 하나인 화장실 이용조차 어려웠다. 장애인을 위한 버튼식 자동문이 일상화된 지 오래지만 손으로 직접 열고 닫아야 하는 출입구부터 너비가 70㎝가 안 되는 소형 전동휠체어가 장애인화장실을 들어가기도 쉽지 않았다. 입구가 좁아 휠체어 진입이 어려웠고, 휠체어가 들어간다 해도 빠져나오기도 어려웠다.

사격장 입구도 문제였다. 사격장 입구에 넓은 계단이 들어서 있는데 중간 중간 이동 약자를 위한 손잡이 등이 있어야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남정우 대표는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래 봐야 도우미 신청 정도에 그친다. 교통약자 편의증진법에 따른 매표소 높이도 안 맞고, 도로나 경기장 무엇 하나 장애인을 배려한 흔적이 없다"면서 "종합안내원이 말하길 '일반관람객도 안 오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하는데 과연 세계대회 치를 준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외국에서 장애인들이 관람하러 왔다면 세계적 망신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창원시는 준공 과정에서부터 장애인단체와 협의를 진행했고, 장애인 사격선수들과도 이견을 조율해왔다고 했다. 심재욱 세계사격선수권대회준비단장은 "체육시설은 장애인시설에 대한 세부 규정이 없다. 규정이 없음에도 장애인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일부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즉각 조치해 장애인 관람객들도 사격대회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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