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격선수권대회를 만드는 사람들
조직위 홍보팀 경남대 학생들
교수 추천·면접 거쳐 선발
기사 작성·대회 알리기 앞장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기자들 앞으로 메일 한 통이 왔다.

‘세계적인 명사수들, 누가 창원에 오나’라는 제목의 메일은 국내외 주요 선수들 프로필부터 종목별 톱10을 담았다. 3대째 사격을 이어온 스키트 김민지부터 베트남 사격 영웅 호앙 쑤안 빈,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왕자 사이드 알 막툼 등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다양한 사연까지 보기 좋게 정리한 문서는 대회 흥미를 북돋는데 크게 기여했다.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미디어 대회정보지와도 연계한 그 문서를 정리·발송한 이들은 조직위 홍보팀이다. 그중에서도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전 신문방송학과) 배효주(24)·강예진(24)·김미선아(22) 학생이 이 일에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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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들이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세 사람은 교수 추천과 면접 등을 거쳐 이번 대회 조직위 홍보팀에 합류했다. 활발한 성격에 회화·기사 작성 능력, 학교 성적 등이 밑바탕이다. 대회는 지난달 31일 개막했지만 이들은 7월 30일부터 홍보 일을 도맡아 왔다.

이들이 예전부터 사격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스스로 ‘거의 무지했다’고 표현할 정도. 그렇기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 사격 관련 동영상을 보고 수십 수백 건의 기사를 살폈다. 대회 관련 질의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놔야 한다, 자신들 때문에 대회 위상이 떨어져선 안 된다는 염려와 다짐이 그 시간에 힘을 보탰다. 덕분에 대회 반환점을 돈 지금까지 이들은 각자 위치에서 무리 없이 맡은 역할을 이행하고 있다. 아침 일찍 출근해 미디어센터를 정비하고, 안내센터에서 경기 일정을 알려주고, 미디어센터 내 쓰레기통을 치우는 사소한 일부터 하루 경기 결과를 종합해 기사를 쓰는 일까지 꼼꼼히 챙긴다. 주말도 반납하고 대회와 함께하고 있지만 이들은 힘듦보다 즐거움을 내세운다.

배효주 학생은 “세계적인 대회, 그중에서도 홍보팀 일원이 됐다는 게 굉장히 보람차다”며 “TV나 다른 매체에서 사격 이야기만 나와도 괜히 뿌듯하다”고 말했다.

강예진 학생은 “대회가 안 끝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며 “홍보팀 직원을 비롯한 조직위 관계자 지원 덕에 ‘학생인 우리도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도 키웠다”고 밝혔다. 김미선아 학생 역시 “인생에서 사격이라는 하나의 즐거움을 찾게 됐다”며 “대회장을 오가며 많은 선수를 만나고 친분을 쌓았다.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열정과 애정은 어떨 땐 조직위 직원이 아닌 ‘순수한 팬심’으로 바뀌어 나타나기도 한다. 진종오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 땐 어린아이처럼 기뻐했고 사전 인터뷰로 한 번 인연을 맺은 조지아의 사격 전설 니노 살루크바와는 친구가 되기도 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선수들과 소통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축제 분위기를 드높였다.

그 사이 이들은 창원시민으로서의 자부심도 키웠다. 배효주 학생은 “대회 기간, 한 카페에 들렀는데 외국인이 정말 많더라. 한 상인으로부터는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는 평도 들었다”며 “이번 대회가 안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강예진·김미선아 학생 역시 “우려했던 것과 달리 홍보도 잘되는 등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르고 있다”며 “사격이 비인기 종목이라는 멍에를 씻는 데 우리 창원이 앞장선 듯하다”고 말했다.

대회 폐막까지 남은 4일. 이들이 또 어떤 이야기를 발굴해 감동을 전할지, 그 속에서 창원 대회 위상은 또 어떻게 드높일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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