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중국·일본 시인 소리내어 읽고 또 읽다
국내외 시인 14명 참가 낭독
진해 풍경에 '시의 고장'찬사

9일 오전 10시부터 창원시 진해구 소사동 김달진 시인 생가 마당에서는 8일부터 이틀간 열린 김달진문학제 마지막 순서로 세계문학 특강과 국제시낭송콘서트가 열렸다. 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문화 복지사업 '신나는 예술 여행'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조그만 마당에 한가득 천막이 들어서고 그 아래 50여 명의 문인이 앉았다. 김달진문학관과 자매결연한 수원문인협회 회원 32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뒤편으로 소사동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마당 주변에는 올해 김달진문학상 수상자인 신달자 시인과 고려대 김경호 교수, 김달진창원문학상 수상자인 이기영 시인 등 수상자 특별 시화전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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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진행된 김달진문학제 행사 중 베트남 문학 관련 특강을 하고 있는 응웬 꽝 티에우 시인(무대 앞 오른쪽)./이서후 기자

첫 순서인 세계문학 특강에서는 김달진문학관이 주관하는 창원KC국제문학상 올해 수상자인 베트남 시인 응웬 꽝 티에우(61) 씨가 사람들 앞에 섰다. 그는 먼저 김달진 시인 생가를 찾은 소회를 밝혔다.

"김달진 시인께서 저를 마중을 나와서 맞이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마치 자신의 어린아이를 맞이하듯, 친한 후배 시인을 초대한 듯이 저를 맞이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시인께서는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걱정하지 마. 두려워하지 마. 열심히 용기를 갖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시를 계속 쓰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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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진행된 김달진문학제 행사 중 베트남 문학 관련 특강을 하고 있는 응웬 꽝 티에우 시인./이서후 기자

바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그는 '세계 문학 지도 속의 베트남 문학의 윤곽'을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 원고 전문이 김달진문학관이 문학제에 맞춰 발간한 연간지 <시애(詩愛)>에 담겼기에 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는 형식이었다.

"아시아 지역에서, 개인적인 고찰을 통해서, 내가 얘기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이 베트남 문학에 가장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사회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혹은 일부 특정 주제들만 알려지던 베트남 문학이 제대로 세계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특히 교류가 많은 국가가 한국이라고 응웬 씨는 강조했다. 그리고 그 역시 한국 문학을 특히 시들을 베트남에 번역해 소개하는 데 열심이라고 했다.

이어진 국제시낭송콘서트에서는 국내외 시인 14명이 참여해 자신의 시를 낭송했다. 신달자, 오세영, 이하석 등 국내 시단의 거목들과 이현승, 방민호 등 왕성히 활동하는 중견 시인들, 또 우무석, 배종환, 이기영 등 경남 시인들이다. 무엇보다 참석자들의 관심은 이날 낭독한 외국시인에게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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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진행된 김달진문학제 행사 중 시 낭송을 하고 있는 신달자 시인./이서후 기자

조금은 어색하지만 정확한 한국어로 러시아 국민 작가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낭독한 러시아 시인 피사레바 라리사 알렉산드로브나(54) 씨. 그는 러시아 문학을 한국에, 한국 문학을 러시아에 번역해 소개하는 번역가이기도 하다.

9일 열린 김달진문학제에서 시 낭송을 하고 있는 러시아 피사레바 시인. /이서후 기자

낭랑한 목소리로 자신의 작품을 낭독한 중국 시인 샤오샤오(50대 후반) 씨는 진해의 첫인상으로 "시의 고장인 듯 아름답고 고즈넉해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았다"고 했다. 그의 고향은 중국 사천인데, 아마 소사동 주변 풍경을 두고 한 이야기인 듯하다. 중국 포털에서 검색하니 시인이자 화가, 무용가, 편집인, 기자이기도 한 그는 현재 중국에서도 유명한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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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진행된 김달진문학제 행사 중 시 낭송을 하고 있는 중국 샤샤 시인./이서후 기자

일본에서 온 나가에 유키(42) 시인은 독특한 형식의 시 낭송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음향 장치를 이용해 자신의 시를 8개국어로 동시에 낭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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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오전 진행된 김달진문학제 행사 중 시 낭송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일본 나가에 유키 시인./이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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