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주최 김해재즈콘서트 리뷰
영화 속 명곡 재해석 '익숙하면서 새로운'감동 선사
재즈비평가 해설 어우러져 관객-출연진 하나돼 소통

지난 7일 오후 4시께 김해 시민 조은정 씨가 김해문화의전당 로비를 들렀다. 이날 오후 7시 30분 마루홀에서 열리는 제4회 김해 재즈 콘서트 표를 받으려는 발길이었다.

부지런한 조 씨는 이날 가장 먼저 원하는 자리를 차지한 관객이었다.

"결혼 전에는 재즈를 많이 들었는데, 살다 보니 공연장에서 음악 듣는 일이 힘들더라고요. 우연히 포스터를 보고 관람하게 됐어요. 지난 1회 때부터 꾸준하게 찾고 있습니다. 10살짜리 아들이랑 같이 공연을 보려고 앞에서 네 번째 자리를 선택하고자 일찍 왔습니다."

오후 5시 30분께 줄을 선 관객에게 표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어느 자리든 상관없다는 관객부터 신중을 기해 선택을 고민하는 관객까지 다양했다.

양산에서 김해를 찾은 이헌수(47) 씨는 이날 공연을 주최한 경남도민일보 구독자라고 말했다. "신문 광고로 공연을 접했고 재즈를 좋아하려던 참에 신청하게 됐다"고 전했다.

청소년 관객도 눈에 띄었다. 친구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박성준(15) 군은 "재즈 공연은 처음이다. 공연 관람 자체를 좋아해서 신청했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김영경(46) 씨는 1회부터 꾸준히 재즈 콘서트를 즐기는 관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재즈 콘서트를 통해 목소리도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매번 느끼지만 재즈 비평가 김현준 씨 해설이 마음에 꼭 들어요. 지금까지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는 공연이라 믿고 봅니다."

김 씨는 평일 낮에 표를 받으러 현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공연 관람 신청 때부터 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는 주문도 곁들였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관객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았다. 관객들은 객석에서 무대를 배경으로 몸을 돌려 휴대전화 카메라로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촬영하거나 무대 사진을 촬영하면서 공연을 기다렸다. 붙은 자리를 마련하지 못해 떨어져 앉은 탓에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는 관객도 눈에 들었다.

사회자 재즈비평가 김현준.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해설과 진행을 맡은 재즈 비평가 김현준이 무대에 나와 공연 시작을 알렸다. 이날 공연은 영화 속 명곡을 재즈로 재해석하는 '재즈 시네마'를 주제로 치러졌다.

"오늘 연출되는 곡은 오롯이 오늘 공연을 위해 준비된 곡입니다. 다소 오래전 개봉한 영화여서 추억이 깃든 곡이기도 합니다."

여는 무대는 영화 <시네마 천국> 속 두 주제곡을 엮은 곡이었다. 베이시스트 김영후, 피아니스트 오은혜, 드러머 서수진으로 꾸려진 피아노 트리오는 잔잔하게 연주를 시작했다. 익숙한 선율은 원곡의 감각을 살려냈다.

이어진 무대에 재즈 공연에서는 보기 드문 아코디언이 등장했다. 아코디어니스트 제희가 피아노 트리오와 연주한 곡은 영화 <빠삐용> 주제곡. 아코디언이 뿜어내는 독특한 음색은 생소하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코디언, 피아노 트리오에 재즈 보컬리스트 김주환 목소리가 더해진 다음 무대는 영화 <셰르부르의 우산> 속 '아이 윌 웨이트 포 유(I will wait for you)'로 꾸며졌다. 스윙으로 편곡해 분위기를 달궜다.

7일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제4회 김해 재즈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출연진이 앙코르 무대서 '도-레-미(Do-Re-Mi)'를 선보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세 대의 색소폰(소프라노·테너·알토)을 들고 나온 이선재, 신명섭, 이승원은 로알드 달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영화화한 1971년 작품 <초콜릿 천국> 속 '퓨어 이매지네이션(Pure imagination)'을 연주했다. 온화하고 풍성한 금관 악기 소리가 돋보인 곡은 도입부를 거쳐 테너 색소폰이 주제 선율을 연주하고 각 색소폰 독주로 꾸며졌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 속 '오버 더 레인보(Over the rainbow)'는 재즈 보컬리스트 이지민이 상냥하고 청아한 목소리로 풀어냈다. 이지민은 이어진 무대에서 영화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에 쓰인 곡 '더 퍼스트 타임 에버 아이 소 유어 페이스(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를 낭독하듯 초연히 전달했다.

영화 <닥터 지바고> 속 '섬웨어 마이 러브(Somewhere my love)'는 피아노 트리오와 더불어 색소폰, 플루트, 트롬본, 트럼펫 연주로 풍성하게 꾸며냈다. 각각의 악기 소리는 따로, 또 같이 어울려 호흡했다.

닫는 무대는 영화 <대부> 속 '더 갓파더(The Godfather)'가 장식했다. 영화에 깃든 고독함이 재즈로 웅장하게 되살아났다. 관객의 재청으로 더해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속 '도레미 송(Do-Re-Mi)'까지, 재즈로 풀어낸 영화 속 명곡은 모두를 즐겁게 했다.

1시간 30분가량 공연은 끝났지만 아쉬운 마음에 전당을 일찍 떠나지 못하던 관객은 이날 공연에 선 음악가들이 로비로 나와 차려진 책상에 앉자 서명을 받으려고 줄을 섰다.

공연 후 관객들이 출연진 사인을 받고자 줄을 서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이지민이 부른 '오버 더 레인보'와 '더 갓파더' 연주가 맘에 들었다는 박소연 씨는 "수준급 연주와 편곡으로 무척 기분 좋게 관람했다"고 말했다.

관객 송종목(51) 씨는 "잘 알려진 영화음악 위주여서 익숙하면서도 편곡을 거쳐 낯설기도 했다"고 전했다. 마침 이날 공연은 익숙한 영화음악을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는 '낯설게 하기'에 초점을 맞췄다. 연출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송 씨였다.

그는 이어 "전반적으로 편안하게 들었다"며 "드러머 서수진 연주가 돋보였고 특히 아코디어니스트 제희가 연주한 '아이 윌 웨이트 포 유' 도입부가 인상 깊었다"고 덧붙였다.

함께 공연을 본 이지연(22)·최지유(21) 씨는 입을 모아 "아코디언 연주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실제 공연에서 접하기 어려운 아코디언 연주를 보게 돼 좋았다"고 덧붙였다.

많은 관객의 호응을 받은 아코디어니스트 제희는 "김해 재즈 콘서트에 처음 참가했는데 여러 재즈 연주자가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연주를 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이렇게 좋은 무대에 설 기회가 드문데 참가하게 돼 기뻤고 잘 즐겨준 관객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관객도, 연주자도 모두가 행복한 재즈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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