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서 축제가 한창이다. 지난 1일 개막식을 열고 2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8 창원세계사격선수권대회 이야기다. 이번 대회에는 선수 3317명 등 91개 나라에서 4250여 명이 참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 대회답게 대회장은 연일 사격 팬·선수들로 북적인다.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이지만 팬 처지에서는 그 분위기와 엇갈리는 표정마저도 즐길 수 있는 게 이번 대회다.

대회가 열리기 전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들을 만난 적이 있다. 러닝타깃 50m 혼합 종목에 출전하는 정원채가 첫 번째이고 주니어부 10m 공기소총과 타깃 스프린트에 나서는 강준기·김경빈이 그다음이다. 정원채는 현재 창원경상대학교병원 약제부에서 일하는 건실한 청년이고 강준기·김경빈은 인문 고교생이다. 세 사람 모두 실업팀 혹은 체고 소속 선수들과의 경쟁을 뚫고 이번 대회에 나설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이를 보며 한 코치는 기적 같은 일이라 말하기도. 가문의 영광 혹은 평생의 목표일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세 사람 모두 절대 자만하지 않았다. '투잡' 생활을 하면서도 사격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았던 정원채는 이번 대회를 '인생의 클라이맥스'라 했고 강준기·김경빈은 '세계적인 대회에 나설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영광'이라며 겸손해했다. 세 사람 모두 개인보다는 팀에 민폐를 끼치지 않고 싶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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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성큼 다가와서일까. 대회장을 오가는 동안 이들 다짐이 귓가에 맴돈다. 올해 나는 어떤 결실을 앞두고 있나. 혹 그 앞에서 지나치게 자만하진 않았는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괜스레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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