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는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대변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발생하는 모순을 완화시키며,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민주주의가 역동적으로 실천되도록 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주주의 선진국일수록 시민단체의 활동은 다양하고 때로는 정부 정책의 도우미로, 때로는 권력에 의한 인권 탄압, 정부의 부정부패, 기업에 의한 환경파괴, 소비자권리 침해, 불공정 거래 등을 감시하고 저항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3년 밀양시 고압 송전선 및 송전탑의 위치 문제를 두고 밀양 시민과 한국전력 사이에 벌어진 밀양 송전탑 사건에서 시민단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들을 일방적인 언론 보도를 통해 외부세력, 종북으로 낙인찍어 불순세력으로 내몬 것에 대하여 참여연대·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시민의 권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또한, 송전선로의 타당성, 밀양지역 송전선로 설계의 적절성, 사업 시행 과정의 위법성 등의 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2001년 5월 송전선로 경유지 및 변전소 부지 선정에서 2014년 말 완공되기까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른 것은 해당 주민의 권익을 무시하고, 완공 후 주민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충분한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한 데다 주민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뿌리내리면서 지방재정을 튼실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은 시민의 삶과 직결될 수도 있는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순기능만을 고려한 나머지 역기능을 간과할 때도 있다. 특히 골프장 건설과 같은 개인 사업체가 추진하는 대형사업의 경우 이익의 대부분은 사업체가 가져가고, 사업을 수행할 때 발생하는 해악은 인근 주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크게는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사회적 약자라 할 수 있는 인근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시민단체가 나서서 견제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하여야 할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싶다.

골프장 건설은 개인 기업이 신청하고 해당 관청에서 인허가를 한 후 법 테두리 내에서 조용히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고려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이 현재 밀양시 단장면 안법리 산 15번지 일대에서 벌어진다. 인근 주민조차도 내용을 알 수 없는, 2008년에 실시한 환경영향평가를 근거로 천혜의 산지 98만 4654㎡가 대중골프장(노벨컨트리클럽) 건설을 위해 철저히 파괴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험준한 천혜의 산지가 무분별한 발파를 통해 잘려나가고 있고, 이를 지적하는 인근 주민의 목소리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데도 밀양의 시민단체 어느 곳도 남의 일인 양 어떤 움직임도 없다는 것이다. 환경문제의 중요성으로 밀양시에는 특별히 8개 협의회로 구성된 푸른밀양21추진협의회가 유관기관단체로 등록되어 있다. 이 시민단체의 가장 중요한 기능의 하나가 환경보전 및 대단위 개발사업 등으로 환경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협의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밀양시 허파의 일부가 잘려나가고 있고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를 짚어보는 것은 본연의 역할이자 권리이자 의무다.

김일.jpg
환경보존은 우리와 우리 자손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엔진이고, 이 엔진이 성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기 위해서 푸른밀양21추진협의회가 조직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개발의 최종 목표는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미래지향적 상생발전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