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도'로 역할 격하…부산지방국토관리청 "지자체 자동 이관"
경남도·하동군·남해군, 비용 부담에 "영구 또는 5년 유예 요청"

국내 최초 현수교(케이블에 매달려 있는 다리)로서 남해군과 하동군을 이어주던 남해대교. 역사성과 상징성을 남긴 채 45년간 역할을 다하고 노량대교에 그 자리를 넘긴다.

노량대교의 차량 통행이 시작되는 오는 13일부터 남해대교는 국도로서 지위를 잃게 된다.

도로법에 따라 남해대교의 관리권이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경남도로 이관되고, 경남도는 남해군과 하동군에 넘길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남해대교는 군도로서 역할이 격하된다.

그런데 남해대교 관리권을 놓고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경남도·남해군·하동군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남도·남해군·하동군은 영구 또는 5년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관리해 주길 바라는 것.

노량대교(앞쪽)는 전체길이 990m로 남해대교 길이 660m보다 330m 더 길다. /경남도민일보 DB

이들 자치단체는 그 주요 이유로 남해대교의 관리 예산 부족과 역사성, 두 가지를 들고 있다.

남해대교는 우리나라 최초 현수교라는 역사성을 지닌 만큼 자치단체보다는 중앙부처에서 관리해야 적절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남해대교 관리에 매년 7억 원 정도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재정 여건이 열악한 남해군과 하동군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이들 자치단체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협의했으나 전혀 진전된 게 없다. 이들 자치단체 요청에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도로계획과 담당자는 "13일부터 도로법에 따라 관할 지자체에 자동 이관된다"고만 할 뿐, 이들 자치단체 요청에 대해선 답변을 피했다. 사실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경남도 도로과 관계자는 "영구관리가 힘들면 남해대교 관리에 따른 준비 시간을 달라는 이유 때문에 5년간 관리 유예를 요청했는데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전혀 답변하지 않고 있다"면서 "당장 남해대교 관리는 일선 지자체가 감당하기 어려워 앞으로 계속해서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이들 자치단체의 요청을 계속 받아들이지 않으면 남해군과 하동군은 남해대교 관리 예산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와는 별도로 국토교통부는 남해대교와 그 주변 일대를 관광명소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에 들어간다.

국토부는 최근 노량대교 준공으로 남해대교가 국도에서 폐지됨에 따라 차량 통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남해대교 관광자원화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경남도·남해·하동군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용역에서는 사업 여건 조사와 분석, 주탑과 상판 등을 활용한 관광시설 계획, 교량 양안의 개발 계획, 사업 타당성과 경제성 분석 등이 진행된다.

국토부는 내년 초에 이번 연구용역을 완료한 후 지역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남해대교 관광자원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남해대교 관광자원화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앞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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