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 작가, 독서모임 산책 초대강연
추상적이고 거창한 이야기 불필요
일상의 구체적 상황·감정 풀어내야

지난주 통영에서 열린 독서모임 산책 7주년 기념 강연에 은유 작가가 강사로 초대됐다. 5주년부터 초청 강연을 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제일 모시고 싶은 작가였다고 한다. 이 모임뿐 아니라 그가 쓴 글쓰기 관련 책 <글쓰기의 최전선>(메멘토, 2015),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서해문집, 2016), <쓰기의 말들>(유유, 2017)은 최근 곳곳에서 활발한 글쓰기 모임의 단골 레퍼토리다. 지금 글쓰기 열풍은 어쩌면 자신의 삶을 스스로 표현하기 위한 자기 치료, 혹은 구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은유 작가의 글쓰기 조언은 다르게 보면 자기답게 사는 방법이기도 하다.

독서모임 산책 7주년 기념 강연에서 글쓰기 조언을 하는 은유 작가. /이서후 기자

◇내가 왜 글을 써야 할까 = "저는 스스로 울컥하는 일이 많아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경제적으로도 집이 어려워지고, 아이도 손이 제일 많이 갈 때고, 일도 힘들었어요. 인생에서 제일 힘들 때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글을 쓰게 한 것 같아요."

저마다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다르다. 그래서 글을 쓰고 싶은 혹은 써야 하는 절실한 이유부터 찾는 게 우선이라고 작가는 강조한다.

"요즘에는 글쓰기를 잘해야 한대, 이런 식으로 시대의 흐름에 떠밀려서 시작하기보다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은지를 생각해보는 게 첫 글이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자신을 알아가는 작업, 그리고 자기 생각이나 의견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글쓰기다. 고민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예컨대 그저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은 추상적이다. 일상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사건을 토대로 잘 산다는 건 뭐지, 란 질문을 끊임없이 되뇌어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에 집중하라 = "상실이나 고통 이런 게 좋은 게요,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해줘요. 제가 엄청나게 힘들어지고, 그렇게 거추장스러운 게 싹 정리가 되니까 그러면 내가 뭐에 집중해서 살아야 하는지가 선명해지더라고요."

은유 작가는 좋은 일보다 뭔가 속상하거나 억울하거나 울컥한 일을 글감으로 삼으라 조언했다. 좋은 일들은 명쾌하다. 명쾌한 일로만 글을 쓰다 보면 글쓰기가 늘지 않는다고 한다.

"교대 졸업하고 남들은 임용고시 다 붙는데, 나만 세 번이나 떨어졌다고 해봐요. 나름 속사정이 있지만 사람들은 그냥 쟤 공부 너무 안 하는 거 아니냐, 하고 단순하게 생각한단 말이죠. 뭔가 해명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잖아요. 이런 것들을 자꾸 글로 써봐야 표현이 섬세해지고 정교해지면서 글쓰기가 느는 거죠."

이런 감정은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글쓰기는 추상적인 것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생각이 되게 많은 줄 알았는데 다섯 줄 쓰고 나면 쓸 게 없다고들 하셔요. 그게 자꾸 감정을 써서 그런 거거든요. 화난다, 밉다, 싫다, 사는 게 왜 이런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추상화시켜서 글을 쓰면 한 다섯 줄 쓰면 쓸 게 없어요."

글을 쓸 때 자꾸 거창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건 자신의 생각이 아니다. 남의 생각, 이미 있는 생각을 내 생각인 것처럼 가져다 쓰는 것과 같다.

◇용기 있는 사람이 글을 쓴다 = "흔히 생각이 많아야 글을 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 반대예요. 글을 쓰면서 생각이 만들어진다는 거죠. 생각은 하다가 내가 중지할 수 있는데, 글쓰기는 도망가지 못해요."

글쓰기는 어렵다. 자기의 부족한 모습,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직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유 작가는 용기 있는 사람이 글을 쓰게 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글쓰기는 끊임없는 실패 체험이라고 했다.

"계속 못 써 보는 방식으로만 잘 쓸 수 있어요. 글을 써봐야 내가 되게 추상적이고 모호한 표현을 많이 쓰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쓰면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다는 걸 알게 돼요. 그래야지 내 글이 균형이 생기고 누가 읽어도 알 수 있는 글이 된 거죠. 자기만 아는 글은 잘 쓴 글이 아니에요. 누구나 읽어도 잘 쓴 글이 되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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