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재발견
현실을 사진처럼 표현한 극사실주의 작품만 전시
실제 이면 들여다볼 기회
자연·인간의 내면
성찰작가가 현실을 '재창조' 따뜻한 위로 건네기도

간담이 서늘하고 소름이 돋는다. 눈앞에 놓인 작품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혼란스러운 순간, '빛나는 순간'전이 시작된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큐빅하우스 갤러리 4~6에 극사실주의 예술의 단면을 보여주는 특별전을 내놓았다.

일상적인 현실을 사진처럼 극명하게 표현하는 극사실주의 작품만을 내건 전시가 흔하지 않은 가운데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또 다른 유희를 제안한다.

전시는 △일상의 환영 △일상의 감각 △일상의 기억으로 나눠 구성됐다.

전시를 관람하는 순서와 방법이 정답처럼 정해져 있지 않지만, 큐빅하우스는 갤러리 4부터 들어서게 된다.

먼저 볼 수 있는 작품은 일상의 환영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권경엽, 정창기, 남학호, 김현수 작가가 참여했다.

여인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아리다. 권경엽 작가는 아름다운 내면을 가진 인물을 몽환적으로 그려낸다. 맑은 영혼은 숨길 수 없다고 말하는 작가는 액자 속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정창기 작 '자두-18'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정창기 작가와 남학호 작가는 자연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탐스러운 자두와 딸기가 식욕이라는 에너지를 불러내고 조약돌 무더기에 앉은 나비 한 마리는 뜨거운 여름날, 봄의 절정을 끄집어낸다.

오는 사람을 기쁘게 맞는 '환영'은 김현수 작품 앞에서 눈 앞에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환영'으로 바뀐다. 실재하지 않을 것 같은 소년이지만 우주 너머 어디에 자신만의 유토피아에서 인사를 건넬 것 같다.

갤러리 5, 일상의 감각에서는 김영성, 오재천, 설경철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차가운 스테인리스에 앉은 개구리가 금방이라도 뛰어오를 것 같은 김영성 작가의 작품은 감탄케 한다.

예술에서 극사실주의는 철저하게 현실 감각을 곤두세우지만 역설적으로 감정적이고 주관적이다.

▲ 김영성작 '無. 生. 物Nothing. Life(무.생.물 낫싱 라이프)'/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김영성 작가가 무생물인 철과 생물을 함께 배치하고, 오재천 작가가 외국 여배우의 얼굴과 연꽃을 함께 그리는 것은 사진처럼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개입해 현실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설경철 작가도 부유하는 사물을 통해 호기심을 유발했다.

일상의 기억이라는 주제를 단 갤러리 6의 전시는 더 주관적이다.

강강훈 작가는 자화상과 딸의 초상화를 내걸고 외부가 아닌 내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누구보다 꾸준하게 극사실주의 그림을 그려온 강 작가는 타인이 아니라 자신의 거울 앞에 서라고 말한다.

강강훈 작 '노스탤지어 블루(Nostalgia Blue)'/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최수앙 작가는 현대인이 느끼는 우울함과 불안함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인체를 그대로 본뜬 듯한 조각상은 섬뜩함과 동시에 위로해주고픈 또 다른 내 모습 같다.

'빛나는 순간'전은 실제를 철저하게 반영한 작품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특별전 이름처럼 찬란했고 찬란할 우리를 초대한다.

한편 전시 관련 행사가 진행 중이다. 관람객이 '빛나는 순간'전을 감상하며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빛나는 순간, #클레이아크이벤트 명시)에 게시하면 선물을 받을 수 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추첨을 통해 휴대용 사진 프린터, 뮤지컬 <김종욱 찾기> 입장권 등을 증정한다.

전시는 11월 4일까지. 문의 055-340-7006.

/이미지 기자 image@idomin.com

1 정창기 작 '자두-18' 2 강강훈 작 '노스탤지어 블루(Nostalgia Blue)' 3 김영성 작 '無. 生. 物 Nothing. Life(무.생.물 낫싱 라이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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