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책임 강화·신뢰 회복과 직결
주요회의 과정·상세 내용
정부·자치단체 '생산'의무
발언 요지만 남기기보다
정확한 의도 파악되도록
행정의 설명책임 요구해야
기록원 속기록 회의 지정
지역은 아직 한 건도 없어

"국가 정책결정의 근간인 정부 부처의 주요 회의 중 절반가량은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거나 아예 기록조차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나머지 주요 회의들도 대부분 정보공개요구에 선별 대응, 사실상 회의록 공개를 꺼렸고 인터넷에 공개되는 일반회의는 8곳에 불과했다. 속기록 작성이 의무화된 12개 회의 역시 의견요지만 간단히 적는 편법이 동원되거나 아예 회의록 자체를 남기지 않고 있다."

이 보도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세계일보 탐사기획 '기록이 없는 나라'(2004)의 내용 중 일부다.

지금 우리 기록관리는 14년 전의 보도 내용으로부터 얼마나 진보했을까?

국정감사에서 속기사가 개의를 기다리는 모습. /연합뉴스

주요회의는 기록되고 공개되고 있을까? 사전 공개인 인터넷 공개는 활성화되었을까? 주요회의는 법령이 의도한 대로 충실하게 작성되고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할 수 없다. 단지, 지금부터라도 모든 회의는 온전히 기록·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회의록이란?

회의록이란 어떠한 안건을 주제로 참석자들이 서로의 생각이나 의견, 교환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기록한 문서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회의,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및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34조에 따른 교육장이 참석하는 회의 등은 주요회의로 그 과정에 대한 내용이 기록되어야 하는 생산의무기록이다. 법상 이 기준에 부합하는 회의는 명칭, 개최기관, 발언 요지, 결정 사항 및 표결 내용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 회의록을 생산하도록 하고 있으며 영구기록물관리관의 장이 지정하는 회의는 회의록과 함께 속기록 또는 녹음기록 중 어느 하나를 생산하여야 한다.

◇문제점

충북 옥천군 청산면사무소 창고에 보관된 1952∼1961년 청산면의회 회의록(왼쪽)과 한글 번역본. 2014년 7월 발견됐다. /연합뉴스

현재 공공기록물법에 따라 작성된 회의록 작성의 기본은 '발언요지'로 발언자가 한 말의 요지를 적는 것이다. 법의 취지는 발언자 한 명, 한 명의 발언 요지인데, 실제로는 회의 전체 요지를 적어 회의 전말을 알 수 없다는 문제점과 혹여 발언자 개개인의 발언요지를 적는다고 해도 그 내용이 "이상 없음, 이견 없음"과 같은 간략한 말로 기록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1999년 공공기록물법이 제정되고 2000년 시행령이 시행될 당시 회의록 작성 항목은 회의명, 일시, '발언내용' 등이었다. 그러나 2000년 12월 12일 이 발언내용을 발언요지로 바꿨다. 이유는 업무의 능률성 저하가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한다. 그러나 발언요지로 작성된 회의록은 회의 전말을 알 수 없으며 발언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또한 회의 참석자들 스스로 발언에 대한 책임성을 약화시키고 공공기관의 설명책임성을 저하시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같은 법에서는 영구기록물관리기관이 관할 공공기관의 주요회의 중 속기록 대상 회의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국가기록원은 2001년 속기록 대상 회의를 지정한 이후 6차례에 걸쳐 총 101개 회의를 지정했으며 없어진 회의(위원회 폐지)를 제외하고 현재 92개 주요회의를 공개(국가기록원 홈페이지)하고 속기록 의무 생산회의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는 부처별 1~5개 위원회만 해당, 부처와 위원회 수에 비해 현격하게 적다고 판단된다. 또한 지방의 경우 그동안 국가기록원에서 회의 관련 수요조사를 했지만 지정된 회의는 아직 한 건도 없다.

2016년 2월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 의결을 막기 위한 야당의 무제한 자유토론(필리버스터) 내용을 속기사들이 기록하는 장면. /연합뉴스

◇회의록의 가치

왜 공공기관에서 수행하는 회의는 발언내용이나 속기록 등으로 작성하여 충실하게 남겨야 할까? 회의록은 어떤 특성이 있을까? 여러 가지 가치가 있지만 회의록은 '어떤 결과가 났는가?'가 아닌 '어떤 과정으로 이 결과가 도출되었는가?' 하는 과정에 대한 질문의 답이 가능하고, 모든 발언내용을 기록하기에 회의 전모를 알 수 있는 정확성, 향후 이 기록을 통해 명확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증거력 등 내용으로서의 가치와 후대인들이 당해 공공기관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문서로서 역사적 가치를 가진다.

◇회의록 관리현황

미국은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정부에 대한 환멸과 불신감이 높았을 때 포드 대통령이 '회의공개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행정기관의 모든 회의를 공개하고, 비공개 회의의 경우 행정기관의 법률고문, 수석법무관의 공증을 받고 회의 내용을 녹음 또는 발언내용을 남겨두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서울시의 경우 198개 위원회 모두를 기록하고 151개를 공개, 47개를 비공개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에 회의록이 공개되고 있고 발언내용은 비공개 사항을 제외한 모든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문화재청의 경우도 기관 웹사이트에 위원회 현황, 위원, 회의록을 기록·공개하고 있으며 국가기록관리위원회는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 발언내용을 모두 작성한 회의록을 공개하고 있다. 그 외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공개 등에 관한 규칙'에 의해 위원회 회의를 기록하여 해당 웹사이트에 회의록, 속기록 등을 여과 없이 공개하고 있고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웹사이트에도 위원회 회의록을 기록·공개하고 있다.

회의록 작성과 공개는 행정의 의사결정에 관해 국민의 이해를 증진시키고 행정기관 구성원들로 하여금 더 향상된 참여를 통해 양질의 업무수행을 고무하고 의사결정에 대한 국민의 감시로 정부의 책임감을 증진시키고자 하는데 그 이유가 있다. 투명하지 않은 정부는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공중의 감독이 없기 때문에 부당한 영향을 갖고 부패하기 쉽다. 충실한 회의록 작성(공개)은 공공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증진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회의록은 어떻게 관리되어야 하는가?

공공기록물법의 발언요지는 발언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 굳이 속기록을 지정하는 내용을 넣을 필요 없이 공공기관에서 수행하는 모든 회의는 발언내용(속기록 수준)을 모두 기록하여야 한다.

어떤 회의든 중요하지 않은 회의는 없다. 예컨대 도시계획위원회, 기록물평가심의회 이 두 가지 위원회의 경중을 어떤 식으로 가릴 수 있을까? 위원회는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각각의 기능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판단을 거치는 업무과정의 요약본이라 할 수 있다. 도시계획은 도시계획 업무를 위해, 기록물평가심의회는 기록물 존폐를 가리는 기록관리 업무의 가장 마지막 업무로 만일 더 중요한 것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우리 몸의 뼈, 심장 중 하나를 택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특히 심의·의결하는 회의의 경우 그 결정의 영향력은 모든 시민들에게 미치며 의결이 잘못될 경우 그 피해도 시민들에게 결국 돌아가게 된다. '발언내용 작성'의 부정적 의견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소신발언의 위축, 외부공표에 따른 이해관계자의 악용에 대한 문제, 정책적 혼선 등이다.

그러나 기록된다는 부담감으로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은 그 문제에 대한 스스로의 명확한 소신이 없는 것이며 기록하지 않는다고 소신 없이, 깊이 생각하지 않는 발언들이 남발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며 그 피해는 누가 감당할 것인가!

또한 회의를 기록한다고 해서 공개한다는 것은 아니다. 정보공개법에 의해 비공개 사유가 확실하다면 기록하더라도 비공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공표에 따른 이해관계자의 악용, 정책적 혼선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회의공개법의 시발은 '정부에 대한 환멸과 불신감이 아주 높았던' 때였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미국이 겪은 '환멸과 불신'의 시간을 지나 새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온전한 회의록 작성과 적극적 공개는 정부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고 투명성을 보장하는 새 시대의 충실한 조력자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회의는 지금부터 기록·관리되어야 한다. /시민기자 전가희(기록연구사)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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