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솔릭, 군산에 상륙할 듯…수도권 위험 줄었다'. 한 언론은 지난달 23일 인터넷 기사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태풍이 서울을 지나갈 것이라는 예보에 수도권은 비상이었다. 태풍이 진로를 바꿔 수도권과 떨어진 곳으로 상륙한다니 안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비수도권은 딴 세상인가. 여기도 사람이 살고 있지 않나. 피해가 나도 괜찮다는 말인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을 때 어떤 사람은 '사는 곳에 따라 사람 목숨 값도 다르냐'고도 한다. 서울공화국, 지방식민지에 사는 주권자들의 존재감은 다른 모양이다. 교육·문화·경제 등 모든 사회적·물적 기반이 집중된 곳에 사는 사람들을 더 귀하게 대접한다고 하면 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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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이 전북 군산에 상륙한다는 예보 기사에 달린 제목.

이 언론은 '수도권 위험 줄었다'는 부분을 '시마론과 서로 영향 없어'로 제목을 바꾸긴 했다. 우리나라 인구 5177만 8000여 명 중 수도권에 49.6%나 살고 있다. 서울·경기·인천 인구가 절반을 차지한다. 쪽수가 많은 쪽으로 여론은 만들어지고, 정책에도 힘이 실린다.

그런데 비수도권에 사는 우리에겐 문제가 없을까. 하나만 따져보자. '상경', 서울로 올라간다거나 지방에 내려간다는 말을 자주 쓴다. 공공기관, 지역에서 활동하며 자치분권을 외치는 노동·시민단체, 지역언론도 '상경'이라는 단어를 허투루 쓴다.

그런데 차별받는다, 내부 식민지라는 비판만 할 수 있을까. 나부터 바꾸지 못하는데. 서울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통일이 돼서도 북쪽에서 서울로 갈 때 조선시대처럼 상경이 될 것이다. 지금도 경의선 상행선은 서울역이 중심이다.

대통령은 자치분권위원회가 마련한 자치분권 종합계획안을 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계획이다. 자치를 위한 핵심은 재정분권이다. 세부 실행계획이 없으면 자치분권 종합계획은 뜬구름일 뿐이다. 그러나 사람이 제도를 만들고, 운용한다. 결국 '내안의 식민사고'를 털어내지 못하면 바꾸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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