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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칼럼]나 하나쯤이야!

책임 소재 불분명하면 개인 공헌도 줄어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 여론 의미 짚어야

서쌍희 경남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webmaster@idomin.com 2018년 09월 07일 금요일

민족의 명절인 추석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맘때 주말이면 전국의 도로가 막힌다. 벌초 때문이다. 많은 이들에게 벌초는 시간과 노력이 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이 의식은 해마다 어김없이 진행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벌초에 참여하는 사람만 늘 참여한다는 점이다. 비단 벌초만의 얘기는 아니다. 여러 사람이 참여해서 함께 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대체로 늘 같은 사람들만 참여한다. 왜 그럴까?

1913년 프랑스 국립 농업연구소 농업공학자 막스 링겔만은 집단이 함께하는 일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증가할수록 1인당 기여도는 감소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링겔만은 이를 줄다리기를 통해서 확인했다. 먼저 힘 측정 장치가 달린 줄을 설치한 뒤, 각 실험참가자들의 줄 당기는 힘을 측정했다. 그다음에는 3명, 5명, 8명으로 집단 구성원 수를 점차 늘려가며 집단 전체의 줄 당기는 힘을 측정했다. 개인이 당길 수 있는 최대 힘 크기를 100%라고 가정했을 때, 집단 구성원 수가 2명, 3명, 8명으로 늘어나면 개인의 힘 크기는 93%, 85%, 49%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링겔만 효과로 불리는 이 실험은 개인의 공헌도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나 일에 대한 책임감이 명확하지 않으면 '여러 사람이 하니까 나 하나 정도는 덜 노력해도 되겠지' 하는 안일함이 생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임의 분산으로 인한 이러한 태만은 다음의 상황으로 이어진다. 1968년 미국 뉴욕대 존 달리 교수와 컬럼비아대 빕 라테인 교수는 위급한 상황에서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책임이 분산되어 오히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는다는 것을 밝혔다. 뉴욕대 학생을 대상으로 A그룹은 2명, B그룹은 4명, C그룹은 7명으로 나누었다. 대화 도중 한 학생이 간질 발작을 일으킨다. 2명씩 1 대 1로 대화를 나누던 A그룹 학생 85%는 상대방이 발작을 일으키자 즉시 이 사실을 알렸다. 반면에 4명이 함께 대화하던 B그룹은 62%, 7명이 대화하던 C그룹은 31%만 발작 사실을 알렸다. 보고하지 않은 학생들은 발작상황을 알려야 되는지 잘 몰랐고, 나 대신에 누군가가 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즉, 모호한 상황 속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미룬 것이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이러한 현상이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올해 3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성인남녀 10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회의원 소환제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91.0%나 됐다. '국회의원 소환제'는 국민이 부적격한 국회의원을 임기 중 소환해 투표로 파면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 결과는 대다수 국민이 국회의원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20대 국회 다선 의원들의 본회의 출석률과 대표 법안 발의 건수는 민망할 정도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서 40대 초선인 박주민·김해영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선출되었다. 특히 박주민 의원은 대의원·권리당원·여론조사를 합산한 최종 득표율에서 1위에 올라 다선 의원들을 눌렀다. 단순히 그의 인지도나 인기 때문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때 등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성실한 의정 태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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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은 벌초와 다르다. 국회의원은 개인이 입법기관이다. 책임이 나누어지지 않는다. 국회의원 개인의 태만은 국가와 국민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국회의원 소환제가 아직 도입되지 않았으나 대다수 국민은 이 제도를 원하고 있다. 다만, 국회의원만 모르는 것 같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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