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군 조씨 고가 주변 새단장
마찰 탓 일부 블록형 담장으로
'수억 들여 엇박자 분위기'비난

옛 향취 그윽한 시골 마을 돌담길에 형형색색 벽화가 어울릴까?

의령군 화정면 상정리 경남도지정기념물(제193호)인 조씨 고가 인근에 돌담 쌓기와 벽화 타일 부착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의령군이 진행하는 화정면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의 하나다. 돌담 쌓기와 벽화 타일 부착, 도막형 바닥재 포장, 주차장, 육각 정자 설치, 조경 등 사업을 위해 군이 4억 원을 들여 농어촌공사 의령지사에 위탁, 시행하고 있다.

경남도지정기념물(제193호)인 의령 조씨 고가 인근에 벽화를 그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현열 기자

올 연말까지 마무리될 이 사업은 민속자료 제15호로 지정된 조씨 고가 일대에 남아 있던 낡은 돌담길을 헐고 새로 쌓아 옛 전통미를 살려내는 취지가 담겨 있다.

농어촌공사 의령지사는 이 작업을 위해 해당 주택 주민들 동의를 거쳐 돌담을 헐고 쌓는 작업을 이어갔지만, 돌담이 아닌 블록형 담장이 난관에 부닥쳤다. 일대 마을 골목길 전체에 돌담길 조성을 시도했으나, 사업이 방대한 데다 일부 주택을 헐어야 하는 고충과 민원까지 겹치면서 돌담길은 부분적으로 조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행사 측은 마을추진위원회와 논의해 주택과 맞물린 블록형 담장에는 타일을 붙여 벽화를 그리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일부 마을 주민은 한마디로 "양복 입은 신사가 짚신 신은 격"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돌담길에 돌담과 어울리는 벽화를 그려 넣거나, 돌담과 유사한 분위기를 연출해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수억 원을 들여가며 일방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해당 기관을 꼬집었다.

조덕상 마을추진위원장은 "마을 전체를 돌담길로 조성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시행기관이 짜인 예산 만큼 사업을 시공한다고 하니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농어촌공사 의령지사 관계자는 "돌담길과 벽화의 엇박자 분위기는 인정한다. 문화재 형상변경위원회에서도 지적됐듯이 벽화에는 민속 그림 등 경관에 어울리는 그림을 삽입할 수 있도록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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