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좋아, 그렇게 던지면 돼.”

한화 이글스가 전지훈련중인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구장에 최동원(44) 신임투수코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터져나오고 있다.

90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뒤 꼭 10년만에 지도자로 그라운드에 돌아 온 최동원 코치는 요즘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기쁘다. 선수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자체를 일상의 행복으로 느끼고 있는 것.며칠째 깎지 않은 수염이 꺼칠하게 얼굴을 뒤덮었지만 최코치의 표정은 한없이 푸근하고 여유가 넘친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전지훈련이지만 비로소 제 자리를 찾아 왔다는 기분에 하나도 힘든줄 모르겠어요.”

지금은 얼굴에 주름이 잡히고 허리에도 군살이 붙어 옛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최동원은 한국야구사를 논할때 빠트릴 수 없는 인물. 경남고와 연세대 시절은 물론 83년 입단이후 90년까지 활동하면서 프로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특히 84년 롯데 에이스로서 삼성과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올린 최동원의 활약상은 좀처럼 재현될 수 없는 ‘전설적인 투구'로 남아 있다. 선수로서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홍보위원인 선동열(37)과 더불어 한국야구 100년사에서 최고의 반열에 올라 있는 최동원이지만 은퇴 후의 생활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88년 선수회 결성을 주도하다 구단들의 강력 대응에 무산된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최동원은 2시즌만에 유니폼을 벗었으나 지도자로 그를 불러주는 구단은 없었다.

최동원은 현역시절은 최고의 스타였던 만큼 튀는 성격으로 ‘독불 장군'이라 불리며 사실상 야구계에서 ‘왕따'를 당했다.

프로야구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자 방송가에 얼굴을 내밀기도 했지만 천직은 아니었고 발걸음은 자꾸 야구장을 찾게 됐다.

그런 그에게 지난 해 11월 이광환 감독이 코치직을 제의했을 때 최동원은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뒤로 접고 초보 지도자로 나선 최동원 코치는 “10년이란 세월이 흐르다 보니 선수들의 기량이나 사고방식이 많이 달라졌다”며 “훌륭한 지도자는 기술만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어야한다”고 지도철학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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