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입에 재갈 물려"
사측 "시설관리 권한 침해"

현대위아 창원공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현수막을 설치하는 족족 철거되고 있다. 노조는 정당한 활동을 방해한다는 주장이고, 사측은 불법 게시물이라고 맞서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위아창원비정규직지회가 6일 오전 11시 창원1공장 정문에 노조 가입을 독려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 앞서 이날 오전 5시께에도 현수막을 설치했지만 철거됐다.

창원비정규직지회는 지난달 30일부터 창원1·2·3공장에 현수막 10여 개를 내걸었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노조가입도 눈치 보면 평생을 눈치 봅니다' 등 현수막은 노조 홍보활동을 위한 것이다. 사측이 이를 모두 철거해버렸다. 지난 4일에도 새로 설치된 현수막이 철거됐다.

6일 오전 금속노조 현대위아창원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이 창원1공장 정문 앞에 노조 활동 홍보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홍기중 창원비정규직지회 교육선전부장은 "현수막을 설치하면 사측이 계속 철거하고 있다"며 "철거한 경비원 입에서 '총무팀 지시'라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두현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이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회사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노조 홍보활동은 당연히 보장해줘야 한다. 이를 보장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비정규직지회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단체협약이 만들어져 있지 않을 것 같은데, 문제는 그런 논리에 따르면 노조는 아무런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사용자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해서는 안 되며,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이나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하거나 해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도 "현대위아에 정규직 노조도 있는데, 비정규직지회의 현수막만 철거하는 것은 차별행위이자 비정규직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노조가 활동하는 어느 사업장에서도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며 "원청은 공문으로 '사유지 내 불법 게시물'이라고 표현했다. 원청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위아 창원공장 총무팀은 지난달 30일 공문을 통해 "시설관리 권한에 대한 침해다. 앞으로 같은 사안 재발 시 별도 통보 없이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창원공장 홍보팀은 "현수막이 붙은 곳이 정문 입구 교량 양쪽인데, 사람들이 다니는데 지장을 주고 하천 경관을 해치는 등의 이유로 다른 공간으로 옮겨달라고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규직 노조도 약 20년간 현수막을 걸지 않았던 곳이고, 비정규직지회를 차별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엄밀히 따지면 협력업체 직원들이어서 각 업체와 단협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위아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7월 노조를 설립하고, 금속노조를 상급단체로 선택했다. 창원비정규직지회는 노조 가입 권유를 하고 있으며 현재 조합원은 400여 명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